본문 바로가기

하드웨어리뷰

마크레빈슨 No.39 CDP

박우진(acherna@hifinet.co.kr)

지난번의 와디아 850 시청기에 뒤이어 필자가 사용중인 마크 레빈슨 No.39 CD 플레이어를 소개해드리려 한다. 유사한 가격대의 일체형 CD 플레이어로서 파워 앰프에 직결 가능한 제품이라는 공통점 그러나 음질적으로는 상당히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두 제품의 비교는 상당히 흥미로운 일일 듯 싶다.

마크 레빈슨은 그 동안 트랜스포트와 DA 컨버터 같은 디지털 기기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No.39 CD 플레이어는 마크 레빈슨 브랜드로는 최초로 출시된 일체형 CD 플레이어가 된다.(프로시드 브랜드로는 일체형 제품이 있었다.) 마드리갈 뿐 아니라 모든 디지털 오디오 회사들은 자신의 최고급 디지털 컴포넌트 라인을 트랜스포트와 디지털 프로세서의 조합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트랜스포트와 디지털 프로세서에 각기 최고의 물량과 기술을 투입하여 완성도를 높이고 부수적으로 트랜스포트에서 발생되는 전기적인 노이즈를 격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일체형 CD 플레이어는 가격대 성능비가 높다는 결정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트랜스포트와 프로세서가 하나의 샤시와 파워 서플라이, 프론트 패널, 그리고 AC 코드를 공유함으로써 제작사는 음질적인 부분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 게다가 디지털 신호 전송을 위해 본질적으로 지터 발생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S/PIDF(Sony/Philips Digital Interface Format)을 경유하지 않아도 되므로 기술적으로도 더욱 유리하게 된다. 따라서 잘 설계된 일체형 CD 플레이어라면 같은 가격의 분리형 디지털 오디오보다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제 No.39를 살펴보도록 하자. 규격은 다음과 같다.

  • 형식: 일체형 CD 플레이어
  • D/A 컨버전: 듀얼 디퍼렌셜 20 비트 DAC
  • 디지털 필터: 8배 오버샘플링
  • 디지털 입력: 토스링크, 동축 RCA 입력
  • 아날로그 출력: XLR, RCA
  • 볼륨 컨트롤: -61.2 dB ∼ 12dB
  • 디지털 출력: AES/EBU, RCA
  • 주파수 응답: 10Hz-30KHz, -0.2dB
  • S/N 비: 105dB (10H-30KHz)
  • 전력소비량: 최대 36W
  • 크기: 9.75h x 40w x 34d cm
  • 무게: 50lb
  • 출력 임피던스: 아날로그 10옴, 디지털 AES/EBU 110옴, 동축 75옴
  • 가격: 5995불

    겉모습은 마크레빈슨의 다른 제품과 동일한 컨셉으로 제작되어 있다. 검은 육면체 샤시에 둥근 모양의 버튼이 잘 어우러져 간결하면서도 마크레빈슨의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모든 기능을 리모컨 뿐 아니라 전면 스위치로도 조작할 수 있는데 다만 전원 스위치는 뒤에 있다. CD를 넣기 위해 스위치를 눌러보면 종잇장처럼 얇아보이는 금속제 트레이가 날아갈 듯 사뿐하게 나오는 것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전면 디스플레이는 다른 마크 레빈슨 프리 앰프등과 마찬가지로 붉은색 LED로 CD의 동작상태를 표시해주며 와디아의 푸른색 디스플레이처럼 세련된 느낌은 없지만 그 대신에 먼 곳에서도 잘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드리갈사의 주장에 따르면 No.39는 단순한 일체형 CD 플레이어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동사의 No.36 컨버터와 No.37 디지털 프로세서를 하나의 케이스에 담은 제품이라 한다. 이는 후면에 설치된 디지털 입력단자를 살펴보고 나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통의 일체형 CD 플레이어와 달리 No.39는 트랜스포트와 프로세서가 각기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내부 트랜스포트의 디지털 출력을 다른 프로세서에 연결할 수도 있고 외부의 디지털 입력을 받아 들여서 No.39 내부의 디지털 프로세서로 아날로그 변환하여 출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번에 리뷰했던 와디아 850의 경우에는 이러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으나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가능하다. 토스 링크 입력도 갖추고 있으므로 음악 LD를 시청할 때에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또 하나의 기록해둘만한 특징은 파워 앰프에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No.380의 프리 앰프의 회로를 도입한 것이다. 와디아 850의 경우 디지털 영역에서 어테뉴에이션을 실시하는 데에 비해 마크 레빈슨 No.39는 본격적인 아날로그 프리회로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물론 3.5볼트의 고정출력으로 설정해서 프리앰프를 연결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한다면 결국 프리 앰프를 두 개 연결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볼륨 컨트롤은 0에서 60까지 0.1dB단위로 조절되며 디스플레이에 숫자로 표시된다. 최대 출력 레벨은 무려 17.75V RMS나 되므로 웬만한 파워 앰프를 클리핑시킬 정도로 구동할 수 있다.

    No.39 CD 플레이어는 동사의 파워 앰프인 No.331과 332에 직결하여 시청하였고 이에 연결된 스피커는 다인 오디오의 콘투어 2.8과 오디오 피직의 비르고였다. 또한 하이텔 하이파이 동호회 회원이신 노정현님 댁에서 포커스 78 스피커+크렐 300i / 클라세 CAP-100 조합에 클라세 CDP-1과 비교해서 들어보기도 했다. 시청기의 내용은 주로 필자의 친숙한 시스템에서 들은 결과를 기록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느 하이엔드 오디오 회사들보다도 마크 레빈슨의 컴포넌트들은 음질적으로 일관된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앰프와 마찬가지로 No.39의 밸런스도 중저역이 다소 여윈 것처럼 느껴진다. 고역은 어둡고 차분한 인상을 준다. 음장은 스피커 뒤쪽으로 멀게 펼쳐지고 음상의 크기는 매우 작아서 악기 사이의 빈 공간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음은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피곤하지 않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 파비오 비온디가 독주를 맡고 리날도 알레산드리니등이 참여한 비발디 소나타집 (Arcana A4-A5 942 004)를 들어보았다. 다소 어둡게 느껴지면서도 단정하고 충실한 음이 전개된다. 매우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어느 한 곳 거친 부분 없이 잘 다듬어진 세련된 소리다. 그렇지만 화려함이나 윤기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에는 실망할 분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좀 더 저렴한 CD 플레이어 - 예를 들어 메리디언 508.24 같은 제품에서도 No.39보다 더 곱고 나긋한 바이올린의 고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크레빈슨 No.39와 다른 CD 플레이어를 차별화하는 음질 상의 특징은 바로 디지털 기기에 있어서 최대의 도전 영역이라고 할만한 음장 재현 부분이다. 억지로 스피커에서 소리를 짜내어 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스피커 사이의 공간에 무대가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제품은 그리 흔하지 않다.

    라이브로 녹음된 아르헤리치와 크레머, 마이스키의 쇼스타코비치와 차이코프스키 트리오(DG 459 326-2)를 들으면서 눈을 감으면 2층 맨 앞자리에서 편안히 음악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흡족할 만큼 즐길 수 있다. 첼로의 부드러운 울림이 홀을 채우고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고음이 가볍게 떠오르는 듯한 인상은 수준 낮은 디지털 기기에서 느끼기 힘든 특징이다. 차분한 고역 때문에 현의 음색에서 다소 아쉬움을 느꼈던 분들이라도 No. 39가 들려주는 피아노의 음색에는 상당히 만족스러워 할 것 같다.. 고역에서 저역에 이르기까지 음색이 대단히 자연스럽게 일치되어 있으며 명료하면서도 힘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저역 재생은 발군이다.

    라이브 녹음을 하나 더 들어보도록 하자. 선택한 판은 게르기에프의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No.5(Philips 462 905-2) 짤즈부르크 페스티발 실황. 전아한 울림의 빈 필을 러시아 악단을 연상시킬 만큼 야성적이고 폭발적인 울림으로 바꾸어 놓은 지휘자의 역량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곡 곳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우울하고 어두운 멜로디를 고도의 집중력으로 긴박하게 휘몰아가지만 No.39의 맑고 깊으며 깨끗하게 잘 정의된 음장 그리고 악기 사이 사이에 살아 숨쉬는 음장은 듣는 이에게 편안한 느낌과 여유를 준다. 관현악 총주에서의 다이내믹스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특히 다이내믹스가 뛰어난 다인 오디오 컨투어 2.8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때 No.39의 볼륨 컨트롤은 조작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하게 해준다.. 디스플레이부의 음량 표시와 온 몸으로 느껴지는 음압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히 비례하는 느낌이란 직접 느껴보기 전에는 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우 큰 음량에서도 소란스럽지 않게 들려주는 점이 좋다. 악보 넘기는 소리, 청중의 기침소리 등등의 잡음까지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들려주는 와디아 850과 달리 마크레빈슨 No.39는 음악 그 자체에 몰입하게 해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필자는 저음이 묵직한 No.332보다는 좀 더 상쾌하고 투명한 고역을 갖고 있는 No.331과의 직결에서 더욱 바람직한 밸런스를 얻었다.(반면에 와디아 850의 경우에는 No.331은 어딘가 들뜨고 안정되지 못한 가벼운 소리를 들려주었고 오히려 No.332에서 차분하고 훨씬 더 자연스럽게 들렸다.) 노정현님 댁에서 연결해본 CAP-100과 크렐 300i 두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서는 No.39가 웬지 자신의 주장을 다 펼치지 못하고 소리가 감겨드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클라세의 CDP-1이 산뜻하면서도 시원스런 울림새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으로서는 프리앰프 회로를 내장하고 있는 No.39는 파워 앰프에 직접 연결하는 편이 제 실력을 나타내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레퍼런스급의 프리앰프를 연결해 보고 직결한 것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프리 앰프를 중간에 삽입시킬 경우에 대해서는 테스트해보지 못했다.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남상욱님의 시스템에서 프리 앰프를 연결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교해 볼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새로운 포맷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지금 현 시점에서 고가의 디지털 소스 기기나 아날로그 프리앰프의 신제품은 구입하기가 사실 애매하다. 현존하는 최상급 CD 플레이어보다 SACD나 DVD-AUDIO가 훨씬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앰프의 경우도 택트 밀레니엄 같은 디지털 파워 앰프가 공룡처럼 군림해온 대출력 아날로그 앰프들을 대체해 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된다는 말인가. 어느 세월에 SACD가 레코드 상점의 진열대에 CD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채울지 그리고 언제쯤 에너지 소비나 물량 투입 면에서 비효율의 극치로 기록될 괴물 파워 앰프들이 전부 고물상으로 내쫓길지 그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지금 No.39를 갖고 있는 애호가들은 그 때까지는 음악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시청에 사용한 기기

    Amp
    마크레빈슨 No.332, 331

    Loudspeaker
    다인 오디오 컨투어 2.8, 오디오 피직 비르고

    interconnect Cable
    XLO 시그너처 2.1 카다스 골든크로스 밸런스, JPS Labs 수퍼컨덕터 언밸런스, 니르바나 S-L 밸런스, 노도스트 쿼트로필

    loudspeaker cable
    XLO 레퍼런스 5, 울트라 6, 트랜스페어런트 뮤직웨이브 수퍼, 니르바나 S-L

    Accessory
    타이스 파워블록II, 삼양전기 울트라 파워 멀티탭, RPG 디프랙털, RPG 베이스 트랩, BDR 피라미드 콘, 도우즈 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