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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리뷰

와디아 850 CDP

박우진(acherna@hifinet.co.kr)

서 론

하이엔드 오디오에 있어서 와디아의 이름은 너무 유명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와디아 고유의 디지마스터 프로그램을 사용한 디지털 필터, 그리고 파워앰프에 직결할 수 있는 디지털 볼륨등은 그 효용성에 있어서 오랜동안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으나 현 시점에서 와디아의 제품들은 최상의 디지털 기기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시청한 와디아850은 와디아의 일체형 CD 플레이어로 출시된 세 가지 모델(830, 850, 860)중에서 중간에 위치한다. 규격은 다음과 같다.

제품의 특성

  • 픽업 메커니즘: TEAC CMK-4a VRDS
  • 디코딩 소프트웨어: DigiMaster, 32-Times re-sampling
  • 분해능: 21bits
  • 최대 출력: 0.3V에서 4.25Volts까지 조절 가능
  • 아날로그 출력: XLR/RCA
  • 전력소비량: 25W
  • 크기: 18.4h x 43.2w x 42d cm
  • 무게: 42lb
  • 출력 임피던스: 15옴 이하
  • 가격: 4950불

    와디아의 이미지는 육면체의 견고한 컨스트럭션과 모서리의 둥근 기둥이며 이 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전작인 21 모델과 비교하면 더욱 크기가 커져서 웬만한 파워 앰프만한 덩치가 되었다. 디스플레이를 보면 오른 쪽에 붉은 색 LED로 음량이 표시되도록 되어 있다. 볼륨조절은 전면 패널과 리모컨에서 모두 가능하며 0에서 99까지 100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볼륨 조절시에는 LED가 더욱 밝게 빛나면서 조작중임을 알려준다. 와디아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제품을 그대로 켜 놓도록 권장하는 데 이 때 디스플레이만을 꺼둘 수도 있다. 이전 모델에서는 패널 부착 스위치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이 트레이 개폐와 플레이 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제품들은 십자로 배열된 버튼을 통하여 볼륨 조절과 전 후 트랙 선택이 가능해져 CD를 교환하면서 기본적인 조작을 바로 수행할 수 있으므로 편리하다.

    알루미늄 케이스로 제작된 리모트 컨트롤러는 와디아830에서만 옵션 품목이고 와디아 전 제품군이 동일한 형태로 되어 있다. 얼핏 보면 아주 근사하고 품위있게 보이지만 무거워서 실제 사용하기에는 거추장스럽고 또 리모컨의 방향을 기계에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조작이 잘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이왕 단점을 이야기하는 김에 하나 덧붙이면 트레이 개폐시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하고 덜그덕거리는 느낌을 준다는 것인데 이것은 850 CD 플레이어에 사용된 메커니즘이 티액의 VRDS 시리즈 중에서 가장 염가에 해당되는 탓도 있지만 이 가격대의 제품에서는 분명히 개선되어야할 사항으로 생각된다.

    와디아가 830, 850, 860 CD 플레이어를 내어놓으면서 새로 도입한 기술이 상당히 많은데, 시청기에서 그 내용을 다루기에는 너무나 양이 방대하므로 생략하기로 하겠다. 관심있는 분들은 와디아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기술적 내용에 대한 부분을 참조해보기 바란다. 도입된 기술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와디아의 집요한 탐구 자세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시청평

    시청은 필자의 마크 레빈슨 No.332 파워 앰프와 다인 콘투어 2.8 스피커를 사용하여 진행하였다. 경험상 와디아의 CD 플레이어가 바로 전원을 연결한 상태에서는 들뜨고 어수선한 음장을 들려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처음에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것 저것 듣다가 2-3일정도 충분히 워밍업이 된 후 본격적인 시청에 들어갔다.

    이전 제품에서도 디테일이라든지 해상도에 있어서는 이론 없는 평가를 받았는데 850에 이르러서는 그에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간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길 샤함이 불레즈의 서포트로 시카고 교향악단과 협연한 바르톡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DG 459 639-2)을 들어보면 현대 디지털 녹음과 재생기술의 발전상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다. 음상이 좀 앞으로 나오는 경향은 있으나 관현악 합주시의 세부 재현능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악보에 적힌 음표 뿐 아니라 악기의 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배음 그리고 여운과 미세한 잡음까지 모든 소리가 다 들리는 듯 하다. 이 전 모델들의 음색은 어둡고 칙칙한 쪽이었다고 기억되는데, 흡사 화려한 유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다채로운 음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두 세대 이전 제품인 6에서 21로 진화했을 때에는 이 정도 차이는 아니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와디아 제품을 사용해온 필자가 이 정도로 놀랐다면 정말 대단한 발전을 이루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와디아에서는 가격을 불문하고 한 세대 이전 CD 플레이어 중에 신 모델 군에 필적할 제품은 없다고 자랑하는데 필자의 기억으로도 억지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지나칠 정도의 디테일 재현과 화려해진 음색은 시스템에 따라서는 산만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의 시스템에서는 음장이 앞으로 나오는 것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는데 악기들이 저마다 앞으로 튀어나온 것이 덜 입체적이고 때로는 평면적으로까지 느껴졌다. 이런 부분에서는 편안하고 가지런한 음장을 들려주는 마크 레빈슨 No.39쪽이 더 음악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된다.

    밸런스는 역시 초고역은 약간 어둡고 그 대신에 중저역이 매우 강력해서 전체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스케일이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더블베이스의 합주는 평소에 관현악 감상시 별로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와디아 850을 통해서 들으면 상당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하겐 쿼텟이 연주한 베토벤 F단조 현악 사중주와 슈베르트 G장조 현악 사중주 음반(DG 457 615-2)을 들어보았을 때도 첼로의 소리가 스피커 통을 꽉 메운다는 인상을 줄 느낌이 들 정도로 저역이 필자의 마크레빈슨 No.39보다 상당히 강조되어 들렸다. 음상도 훨씬 가깝고 커서 무대 위의 연주가 아니라 무대 위에 올라가서 듣는 듯한 인접감이 두드러졌다. 작은 음량으로 연주하는 부분에서도 현은 조금의 늘어짐 없이 팽팽하게 울려질 뿐 아니라 음색도 상당히 화려한데, 오히려 실제 소리 이상으로 윤기가 있고 약간 딱딱한 인공적인 인상도 준다.

    에프게니 키신이 연주한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DG 435 028-2)에서도 타건이 더욱 강력하게 느껴지고 연주 속도도 더 빠르게 들린다. 저역이 바윗덩어리처럼 단단하다. 물론 이런 특성들은 감상자를 음악에 집중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오래 듣기에는 상당히 피곤하게 되는 약점도 있다. 몇 몇 팝이나 락 음악을 들어보았을 때도 와디아850의 특성은 마찬가지였는데, 일렉트릭 기타나 신디사이저의 음색이 실제 연주를 듣는 것처럼 선명하게 재현되고 드럼의 어택은 충격감이라는 표현을 써야될 정도로 매우 무겁고 단단했다. 빠르고 리드미컬한 베이스 기타의 움직임도 특기할 만큼 잘 재현해 주었다. 와디아 850이 재현하는 락음악은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할 만큼의 실연의 분위기를 갖추었지만 보컬은 억양이 강하고 딱딱한 느낌을 주었다. 분명 좋은 소리라고 인정하면서도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소리였다. 가능하면 부드러운 소리를 내어주는 시스템과 케이블로 매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시간 관계상 시도해보지 못했으나 내부에 장착된 딥 스위치를 조작하여 출력 레벨을 파워 앰프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므로 매칭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결 론

    와디아 850은 최신 기술로 무장하고 그만큼 차별화된 소리를 들려주는 CD 플레이어라고 평할 수 있다. 사용상의 측면이나 음질적인 면에서 몇 몇 사소한 결함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기계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 와디아 CD 플레이어들처럼 디지털 볼륨을 갖춤으로써 별도의 컨버터, 별도의 디지털 케이블, 별도의 프리앰프 없이 스트레이트하게 음악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점은 가장 큰 매력이다. 지금이 디지털 분야에서는 과도기라는 점 그리고 와디아 850의 가격이 상당히 고가라는 점은 그러한 장점으로 합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포맷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지금 고가의 디지털 기기를 구입하는 것은 재고되어야함이 분명하지만 필자는 지금 와디아 850보다 한 단계 상위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사용된 와디아 860의 소리를 궁금해하고 있다.

    시청 기기

  • 앰프: 마크레빈슨 No.332
  • 스피커: 다인오디오 컨투어 2.8
  • 인터커넥트 케이블: XLO 2.1
  • 스피커 케이블: XLO 5
  • 파워 코드: 시너지스틱 리서치 레퍼런스 마스터 커플러,JPS Lab 디지털 파워 코드
  • 파워 컨디셔너: 타이스 파워 블록II
  • 음향 처리재: RPG 디프랙탈, RPG 베이스 트랩
  • 악세사리: 블랙 다이아몬드 레이싱 콘 타입I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