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드웨어리뷰

디스커버리 시그너처 인터커넥트

김종우(bwv1004@hifinet.co.kr)

소리를 듣기 전에

지난 반년동안 수많은 케이블을 바꾸어 오면서 이제 케이블은 안 들어본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하이파이넷에 필진으로 수고하시는 현승석님의 추천과 배려로 새로운 케이블 메이커인 Discovery의 Signature 인터커넥트 케이블이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미국내 가격이 450불 정도인 인터커넥터인데 Discovery 라인 중에선 두번째에 위치하는 놈이다. 최고가는 PLUS 4 ($650)인데 아직 접할 기회가 없었다. 요사이 하도 고가의 케이블들을 만져본 터라 450불이라는 가격이 크게 느껴지지도 않고 또 기대도 많이 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케이블이 담긴 상자는 너바나의 케이블과는 대조적으로 종이박스로 만든 평범한 것이어서 고급품의 냄새가 덜 나긴 했지만 너바나처럼 고급의 박스나 킴버나 MIT처럼 나무박스를 사용하려면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결국 소비자들이 다 부담해야 하는 것이기에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은 붉은 피복에 싸여있는데 너바나나 실텍 케이블 등과는 달리 고무 재질의 피복으로서 역시 고급품의 이미지는 없다. 너바나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잘 휘어진다는 점에서 일단 맘에 든다. 전에 너바나 시청기에서도 필자의 생각을 밝혔지만 슈퍼 컨덕터나 카다스의 헥스 링크처럼 뻣뻣하다면 사용상 상당히 불편할 것이므로 필자는 유연한 케이블들을 매우 좋아한다.(물론 실텍의 경우는 잘 휘어지지는 않지만 케이블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그 뻣뻣함에서 기인하는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에 필자가 애용한다)

단자가 특이한데 RCA단자는 흔히 고급품에서 쓰는 WBT 의 제품이 쓰지 아니하고 CLEAR AUDIO의 단자를 사용하였다. 뭐 CLEAR AUDIO의 제품도 아주 고급이니 기본을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 CLEAR AUDIO의 단자를 채용한 제품을 본적이 없어서 신기하였다. RCA 중간에 튀어나온 부분이 아주 특이한데 일반 다른 케이블들이 4조각으로 나뉘어서 단자의 접점을 확실히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가는 심선을 여러 가닥으로 나뉘어 놓아서 더욱 접점의 신뢰를 주고 있다. 일단 외양에서 오는 느낌은, 킴버사의 케이블들과 같이 음질에 필요한 부분에만 돈을 쓴 것 같은 실용주의적인 면을 느낄 수 있었다. 집에 배달된 시그너쳐는 에이징이 충분히 된 것이므로 별다른 에이징 시간을 가지지 않고 바로 연결하여 이틀정도 가볍게 들은 후에 진지하게 비교시청에 임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시청기기 및 환경
Loudspeaker
Rogers LS 3/5A BBC Monitor
Totem Mani-2
Speaker Cable
Audio Truth Dragon 8ft
XLO 5.1 Signature
Power Amplifier
Goldmund Mimesis 8
Mark Levinson No.332
Interconnector
Nirvana S-L
Kimber KCAG
Siltech 4-56
van del Hul The First
CD Player
Mark Levinson No.39
Line Conditioner
Chang Light Speed CLS-6400 ISO
Accessories
BDR Cone #3, #4
Belden Medical Grade Power cord
Target R2 Speaker Stand

이 Discovery 케이블은 파워앰프와 시디 플레이어 사이에 연결되었으며 필자의 시스템이 위와 같이 직결의 형태라(사실은 Mark Levinson No.39가 프리를 내장하고 있긴 하지만) 케이블의 비교에 아주 용이하였다. 비교대상 인터커넥터는 Kimber사의 KCAG와 Siltech의 4-56, van del Hul의 The First인데 단지 다른 인터커넥터들은 1미터이고 van del Hul사의 The First만 2미터임을 밝힌다.

소리

요새 나오는 최신의 다른 케이블과는 튜닝 경향이 조금 다른, 대역 밸런스와 다이내믹에 치중한 흔적이 역력하다. JPS Super Conductor 인터커넥터를 첨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역 밸런스를 제공한다. 다른 말로 하면 특히 한 부분이 강조되거나 미화됨 없이 자연스런 소리다. 선이 없는 것과도 같다는 말을 하기엔 조금 부족함이 있지만 이 가격에 이 정도의 밸런스면 이 부분에서는 따라올 케이블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점에서는 PAD의 Colosus나 Audio Quest 의 Lapis의 미덕과도 많이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 다이내믹한 부분은 다이내믹한 성향을 가진 케이블들이 잃기 쉬운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강약의 대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모범생적인 케이블이라 하겠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보이는데 음악을 들어가면서 얘기하도록 하자.

Mahler - Symphony No.5 (Live Recording)
Wiener Philharmony Orchestra, Leonard Bernstein - DG

이 시그너쳐 케이블을 받기 전부터 저역이 좋은 놈이라는 평을 소문으로 듣고 있었기 때문에 선뜻 말러에 손이 갔다. 이 음반은 라이브 녹음으로 듣기 지나칠 정도의 다이내믹이 녹음되어 있는데 라이브라는 약점 때문에 다이내믹하면서도 깨끗이 재생하기가 좀 껄끄러운 곡이다. 이 한 곡을 위해 나의 오랜 애기 3/5를 내리고 토템사의 마니 2를 올려놓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대단한 다이내믹으로 마치 파워앰프가 바뀐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소리에 힘이 붙었다. 다이내믹을 얻은 대신 잃은 것이 하나 있는데 여운이 줄었다는 점이다. 너바나가 고역의 아리한 착색으로 기분 좋은 여운을 제공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그너쳐 인터커넥터로 바꾸면서 너바나의 착색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 착색이 사라지면서 정직한 쪽으로 음이 바뀌자 음악을 듣는 맛은 조금 줄어들었다고나 할까.

음장은 뒤로 빠지는 편인데 너바나보다는 조금 앞쪽인 듯 하다. 깊이감도 너바나정도 되며 음상의 선명함은 킴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너바나의 그것과는 비등하다. 단지 고역에서의 윤기가 거의 없어서, 시그너쳐도 고역을 둥글게 마무리한 케이블임은 틀림없지만 에지 주위의 빛나는 광채가 못내 아쉽다. 중역은 적당히 두툼하며 저역은 역시 명불허전. 돋보이는 다이내믹의 명암 대비 속에 칠 때 확실히 자기가 받은 정보를 다 내어주는 미덕이 돋보인다. 역시 여기서도 여운이 부족으로 깔끔하기는 하나 조금 메마른 느낌을 준다. 다시 너바나로 바꿔보니 다른 건 손해보지 않고 기름이 조금 배어 나오면서 듣기 좋은 음이 되었다. 시그너쳐의 이런 모니터적인 성향은 시스템 자체가 약간 풍성하고 풀어진 쪽에 더 합당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맛배기로 킴버사의 KCAG를 달아보자 음상의 크기가 갑자기 축소되어 악기 틈 사이가 많이 벌어졌다. 오케스트라가 한 뼘쯤 위로 올라가고 금관의 광채는 너바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 거 같다. 라이브 녹음의 단점인 노이즈의 볼륨이 더 커진 듯하여 역시 킴버의 선들은 오래된 녹음이나 라이브엔 맞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다시 시그너쳐로 돌아가서 매크로적인 다이내믹스는 오디오퀘스트의 다이아몬드에 절대 밀리지 않을 우위를 보여줬으며 저역 또한 힘차고 깨끗하게 빠져나온다. 음장은 자연스럽지만 정확하진 않으나 저가의 인터커넥터들이 저지르는 음상이 앞뒤로 흔들리는 현상은 보이질 않았다. 고역의 잘 다듬어져 있기는 하지만 광채와 윤기가 없어 이 점에서 다른 시스템과의 상성이 중요할 것 같다. 시그너쳐의 최대 단점인 고역의 여운을 집중하여 들어보자.

Louis Couperin - Les Pieces de Clavessin Integrale
E 8731 Suite en la mineur
Blandine Verlet - Astree

꾸쁘랭의 하프시코드 모음곡이다. 녹음과 연주가 모두 훌륭할 뿐더러 녹음 자체에 잔향과 배음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절묘한 여운을 시험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판이기도 하다. 이 녹음에 사용된 하프시코드는 1624년산 한스 루커스인데 덩치가 크고 몸체가 다른 하프시코드보다 유난히 두꺼워 울림이 아주 풍부하다. 육중한 덩치를 화려한 7개의 다리가 지탱하고 있는데 이 다리 속도 비어있어서 한스 루커스의 아름다운 공명에 한몫을 한다고 한다. 손에 잡힐 것 같은 음상은 아니지만 왼손과 오른손이 정확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스피커의 뒷면 정도에서 음장이 형성된다. 상당히 뒤로 물러서는 편이다.

그러나, 이 음반에서 Discovery의 단점(?)이 유감없이 나타난다. 마이크로적인 다이내믹은 훌륭해서 타건시의 느낌은 바로 가슴으로 전달되나 절묘한 여운이 음악을 듣는 내내 아쉽다. 너바나나 실텍의 케이블로 듣는 하프시코드는 현악기라는 느낌을 주는데 반해 시그너쳐로 듣는 하프시코드는 타악기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자세히 들어보면 너바나보다 투명성에 있어서도 조금 모자란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뒷 배경이 좀 깨끗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러한 단점은 이 다음 곡을 들을 때 더욱 확실히 드러났다.

J.S Bach - Messe G-Moll BWV 235
Bach Collegium Stuttgart, Helmuth Rilling - Hanssler Clssic

바하의 G 마이너 미사이다. 27분 짜리 짧은 미사곡으로 바하의 마태수난곡이나 요한 수난곡, 비 마이너 미사 등 종교음악을 들을 때 워밍업으로 자주 손이 가는 음반이다. 헬무스 릴링의 곡 해석도 탁월하고 작은 규모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이지만 짜임새 있다. 녹음을 교회에서 해서 그런지 홀의 잔향이 많이 녹음되어 있어서 깨끗이 재생하기가 어려운 판이기도 하다. 초입의 Kirie에서부터 전에 느끼지 못했던 합창단의 파워가 느껴지는 것은 역시 시그너쳐의 장점인 다이내믹한 성향 덕이리라. 전에 오디오 퀘스트의 다이아몬드를 물려서 이 곡을 들었을 때는 저역의 부스팅 효과 덕으로 웅장하기는 하지만 뒤쪽의 남성 베이스 파트의 소리의 울림이 곡 전체를 덮어버리는 현상이 자주 일어났다.

시그너쳐의 경우 강력한 저역을 선사하지만 지나친 울림이라는 느낌은 없다. 다만 전에 듣던 그 홀의 기분 좋은 울림이 반쯤 줄어서 소리 자체는 더욱 정갈하게 되었는데, 음악을 듣는 맛은 덜하다. 음상도 핀 포인트를 제공하기는 조금 모자라며 앞뒤 길이감이 상당해서인지 무척 자연스럽기는 하다. 너바나의 경우 뒤에 교회의 벽이 느껴질 정도로 홀의 공간감을 묘사해 주는데 반해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뒷벽까지 느끼기엔 투명성이 조금 모자란다고 볼 수 있겠다. 킴버의 KCAG를 연결해 보면 갑자기 핀포인트 음상이 되며 여태껏 다른 케이블에서 안보이던 함창단의 입들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이 곡에서는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아마 밸런스의 상승과 핀 포인트 음상으로 인한 플러스 효과가 돌로 된 교회에서 녹음한 경건하면서도 웅장한 종교음악에는 음악적 감흥을 오히려 감쇄시키는 것 같다. 음악을 들으면서 피아노를 빼 놓을 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피아노 곡을 한 곡 더 들어보겠다.

Claude Debussy - Images I & II
Arturo Benedetti Michelageli - DG

평소 카리스마적 연주로 필자의 맘을 끄는 미켈란젤리의 드뷔시 곡이다. 원래 녹음 자체가 깨끗하게 녹음된 것이 아니라 킴버나 XLO류의 케이블들은 이런 판에서 고전을 하는데 시그너쳐는 이 부분에서는 합격이다. 피아노의 타건은 사실적이고 높은 건반에서는 동글동글한 음상의 에지가 돋보인다. 이 판은 너바나나 실텍의 선으로 들어도 사실 피아노의 광채라든지 음상 주위에 약간 번지는 기름기를 맛보기 힘들어서 시그너쳐처럼 아예 깨끗하고 힘차게 재생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저역의 탁월함 때문인지 전에 느꼈던 저역 건반의 흐리멍덩했던 소리는, 약음시에도 분명히 귀에 전달되어 왔고 페달링의 소리까지 선명하다. 실텍의 은선에서와 같이 경쾌한 맛은 없으나 이제껏 들은 인터커넥터 중에서 가장 중용의 밸런스를 지킨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앞에서도 계속 말해오는 것이지만 아주 약간의 여운만 가미된다면 피아노를 듣는데는 레퍼런스적 케이블로 흠잡기 힘들겠다.

총평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단자, 다른 어떤 케이블보다 돋보이는 저역에서의 다이내믹과 신호를 받은 대로 뿜어내면서도 중용의 밸런스를 지키는 시그너쳐. 많은 고가의 케이블들이 난무하는 이때에 소비자가격 $475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좋은 케이블임에는 틀림없다. 원음의 충실한 재생이라는 목표 하나만 본다면 요즘 보기 드물게 비교적 싼 가격에 상당히 접근해 간 케이블이었다. 그러나, 음악의 열기나 실연에서의 홀에서나 느낄 수 있는 아련한 여운을 느끼기엔 조금 역부족인 듯 하며 이 또한 오디오 시스템의 상호 조합에 따라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구입전 반드시 일청을 권한다.
필자의 개인적 생각으론 저역이 약간 무르고 이미 시스템 자체가 많은 레조넌스를 가지고 있다면 좋은 매칭이 될 것 같다. 또, 정확하고 뚜렷한 이미징 보다는 자연스럽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앉는 스테이징을 선호한다면 이 또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몇 가지 단점이 있지만 이 가격대에서 이보다 나은 인터커넥터를 만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