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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F LS 50 Meta 스피커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21. 2. 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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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모델인 KEF LS50은 2012년도에 출시된 창립 50주년 기념 스피커였다. 5.5인치 우퍼를 탑재한 소형 스피커임에도 이례적으로 스테레오파일 매거진에서 추천기기 A등급에 올리면서 화제가 되었고, "이처럼 선명하면서도 중립적인 소리를 내는 스피커는 찾기 어렵다. 다이내믹 레인지와 베이스 익스텐션의 한계는 있지만, 작은 방에서는 클래스 A 사운드를 제공한다."는 격찬을 받았다.

 

그동안 와이어리스 버전 등이 출시되긴 했지만, 8년이 지나서야 LS50 Meta 버전을 출시했다. 

사실 8년이라는 시간은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는 그리 길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이 스피커의 조상 격이라고 볼 수 있는 LS3/5 스피커는 제작사가 KEF를 비롯해 로저스, 스펜더, 하베스 등으로 여러 차례 변경되었을 뿐 40년째 큰 변화 없이 아직도 판매되고 있다.

KEF가 블레이드 스피커에서 보듯이 기술과 혁신성을 강조하는 회사인만큼 LS50 역시 한 발짝 다시 앞서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리지널 모델과 비교

사진으로 보면 사이즈가 완벽하게 동일하고 디자인도 같아서 전작과 다른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심지어 사용하던 기존 스피커를 새로운 포장 상자에 넣으면 마치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그냥 들어간다.

캐비닛은 하이 글로시 마감 대신에 무광으로 바뀌는 바람에 더 전문적인 스튜디오 모니터의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전면에서 보면 트위터에 부착된 웨이브 가드의 바람개비 형상이 미묘하게 달라졌는데, 진동으로 발생하는 컬러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웨이브 가드의 형태와 부착 지점을 변경했다고 한다.

스피커 후면 배플은 두드러지게 변경되었고, 스피커 단자의 형태도 다르다.

캐비닛을 두드려보면 전보다 더 가볍고 단단하며 울림이 적게 느껴진다. 어떤 재질을 사용했는가를 떠나서 이 정도까지 진동을 억제한 부분은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 포트도 재설계했는데, 굉장히 깊고 크다.

여기까지가 겉으로 알 수 있는 외관의 변화인데, KEF의 기술적 자료를 살펴보다보니 유닛, 네트워크, 포트, 모든 부분이 개선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Uni-Q 12세대 드라이버

​일단 KEF LS50 Meta는 얼마전 발표된 R시리즈와 세대가 동일한 Uni-Q 12세대 드라이버가 탑재되었다. Uni-Q 드라이브 유닛은 트위터를 중심에 위치시킨 동축 유닛으로 두 진동판에서 나온 음향 출력이 서로 간섭하여 왜곡을 일으키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

드라이브 유니트의 모터 시스템을 개선하여 더 큰 출력이 가능하도록 하고, 트위터의 웨이브 가드 역시 형태와 부착 위치를 개선했다.

 

메타 물질 흠음 기술(​Metamaterial Absorption Technology)

모든 스피커들은 전기 신호를 음향 신호로 바꾸는 과정에서 입력된 신호 이외의 소리가 발생된다.

특히 진동판이 전후로 움직일 때 후면에서 발생되는 음파가 소멸되지 않으면 전후 음파가 간섭해서 응답 특성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를 처리하는 역할은 캐비닛의 몫인데, 현대 스피커들은 원하지 않게 생겨난 불필요한 에너지를 흡수하는 데 많은 노력과 기술,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과도한 에너지의 흔한 예는 캐비닛이 부실하고 통제가 안되어서 붕붕대는 저음이지만 큰 스피커는 많지 않다. 스피커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스피커들은 자연히 더 작아지고 저음은 겸손하게 줄여가게 되었다. 출력이 높은 앰프들이 값싸게 만들어지다보니 좀 더 깊은 저음을 내는데 여유가 생겼다.  

어쨌든 사이즈로 따져서 가장 극단에 서 있는 KEF LS50 같은 작은 스피커라면 저음이 남아서 문제가 생길 일은 그다지 없다.

반대로 중고역대에 에너지가 집중되면 붕붕대는 저음 이상으로 귀에 상당히 거슬리는 소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중고역대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방법으로 잘 알려진 것은 B&W나 비비드 오디오에서 친숙해진 튜브 로딩 방식이다.

하지만, 이처럼 작은 스피커에 긴 튜브를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보니 더 작고 정교한 형태의 에너지 흡수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AMG(Acoustic Metamaterials Group)라는 업체에서 개발한 흡음기술이다. 모든 소리를 흡수하게 만들어진 메타 물질이라는 설명은 오디오파일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원리는 이렇다. 한 쪽이 막혀 있는 튜브 내에 음파가 전달되면 관의 길이가 소리 파장의 1/4과 같을 때 공명이 일어난다. 이를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공명 주파수에서는 에너지가 최대로 손실된다는 의미와 같다. 결과적으로 튜브를 흡음기로 사용할 수 있다. 

튜브를 미로 형태로 구성하면 공간을 최소화해서 소형 스피커에도 탑재가 가능하고 스피커 드라이브 유닛 후면에 부착 가능한 원반 형태로 만든다면, 음향적인 영향까지 최소화할 수 있다.

미로 안에서 진동하는 공기도 마찰열을 발생시키면서 에너지를 손실하므로 음향 출력이 감소한다. 

물론 각각의 튜브가 대응하는 흡음 대역은 아래 그래프처럼 매우 좁아지니까 그만큼 튜브의 수 역시 많아져야 한다.

LS50 스피커의 미로형 흡음재에는 하나의 레이어에 15개씩 2개의 레이어로 나눠져 있고, 이 30개의 튜브는 최저 620Hz부터의 주파수에 대응하도록 만들어졌다. 

 

위 그래프에서 30개의 서로 다른 길이의 튜브가 각각의 흡수 대역(파장의 1/4)에 대응하는 흡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는 각각의 흡음 커브의 전체 합을 하나로 나타내는 것이다.

620Hz에서 25dB, 5kHz까지 커브가 이어지고 2kHz부터는 최대 40dB의 흡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진동판 후면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스무스하고 왜곡이 적은 응답을 얻게 된다.

 

 

캐비닛

전면 배플의 재질은 탄산 칼슘과 글래스 파이버를 폴리에스테르 레진에 혼합한 이른바 도우 몰딩 컴파운드(Dough molding Compound)이다. 이를 몰딩에 넣고 열을 가해 눌러서 성형한다. 음향적으로 반사가 되지 않도록 곡면 형태의 배플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본체는 MDF로 만들어졌는데 이외에도 내부 크로스 브레이싱과 CLD (Constrained Layer Damping) 기술을 적용해서 내부 진동을 줄였다. 실제로 만져보면 굉장히 견고하고 두드려봐도 울림이 전혀 없다. 애초에 소형 스피커다보니 저음이 커트된 상황인데, 그럼에도 이렇게 진동이 적은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출력만 받쳐준다면 꽤 큰 음량을 왜곡 없이 구현해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제작사에선 동급 스피커 중에서 컬러레이션이 가장 낮다고 자랑한다.

 

특성

5.25인치 마그네슘/알루미늄 콘과 1인치 알루미늄 돔의 조합으로 1미터 거리에서 최대 106dB의 상당한 사운드 출력을 얻고 있다. 

스테레오파일이나 오디오사이언스 등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측정 결과들을 살펴보면 400Hz~3kHz까지는 주파수 응답 특성이 상당히 플랫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리지널 모델 대비 upper midrange(2~4kHz)에선 신 모델 쪽의 응답이 높지만, presence 영역(4~6kHz)에서는 더 플랫하고 그 이상 하이 트레블의 출력이 많다. 이상의 결과만 놓고 보면 가늘거나 뽀죡하지 않은 소리를 내면서도 더 충분한 공간감을 재생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저음 반사 포트는 우퍼의 재생 한계인 51Hz에서 맞춰져 있으며, 40~70Hz 범위 내에서 음향 출력을 보강한다.

사실 이 정도의 스피커의 사이즈를 고려했을 때 -3dB에서 79Hz, -6dB에서 47Hz라는 저음 재생 대역은 만족스러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도 안될 것 같다. 

위 설명에도 나와 있듯이 미로형 흡음기는 620Hz 이상에서만 작동하며, 그 이하의 저음 주파수 응답 특성은 오리지널 모델과 같다고 되어 있다. 

임피던스는 스펙상 미니멈 3.5옴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측 결과를 보면 135~140Hz 사이에 1.66옴, 660Hz와 725Hz에서 1.7옴까지 떨어진다. 이 부분이 앰프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4옴 스피커를 100와트 이상 넉넉하게 구동할 수 있는 앰프를 물려줘야 한다. 게다가 85dB라는 낮은 효율도 걸림돌인데, 하여튼 작은 스피커일수록 앰프를 소리로 바꾸기는 어렵다. 비유하면 부채 대신에 명함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2.1kHz다. 흥미롭게도 스테레오파일의 스텝 리스폰스 테스트 결과를 보면 트위터와 우퍼가 포지티브로 연결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전 오리지널 모델에서는 트위터가 역 위상(negative polarity)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부분도 청감상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마감

색상은 Mineral White, Carbon Black, Titanium Grey와 Royal Blue Special Edition에서 고를 수 있다. 제작사에서는 다양한 색상으로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라이프 스타일 제품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고 한다. 

 

시청평

소리를 듣는 순간 그냥 다른 스피커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고음이 차분해진 덕분에 덜 선명하게 들릴 수 있다. 약간 착색이 있고 날카로운 부분도 있지만, 화려하게 들리던 고음이 매끈해져버렸으니 더 많은 해상도와 생생함을 기대하던 분들은 놀랄 법도 하다. 

음량을 올리면 기존 제품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착색과 왜곡이 훨씬 줄어들어서 음량을 올려도 전혀 부담이 없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라이브 음악에서는 공간감을 더 많이 들려주다보니 생생함이랄까 현장감이 확실히 뛰어나다. 울림이 기존 제품에 비해서 풍성하고 활달하다고 느껴진다. 

저음의 재생 특성은 전작과 동일하다고 하는데, 시청한 음악 중에서 90% 이상은 커버한다. 대신에 중고역대의 플랫한 응답에서 얻어지는 세련되고 왜곡이 아주 적은 매끈한 음색이 대단한 만족감을 준다. 중고역만 달라졌다고 해도 당연히 저음 악기도 하모닉스를 가지니까 당연히 저음악기의 다이내믹 특성이나 음색에도 영향을 준다.  

이전 모델은 음악이나 음량에 따라서 약간씩 밝게 튀는 소리가 불편한 인상이 있었는데 매끄럽게 다듬어져서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었다. 스피커를 괴롭힐 정도로 큰 음량으로 재생해봐도 밸런스나 음색에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만일 여기서 서브우퍼의 도움을 받아서 저음을 재생의 부담을 덜어준다면 효과 음향을 재생하는 홈시네마 스피커로도 문제가 없을 듯 하다.

 

결론

LS50 Meta 버전은 모든 면에서 조상격인 BBC 모니터 라인의 헤리티지는 완전히 사라졌고, 최신 하이엔드 스피커인 YG 어쿠스틱스, Magico 등에 가깝다.

이미 KEF는 플래그십 모델인 블레이드 스피커에서 글라스 파이버 캐비닛과 포스 캔슬링 우퍼를 사용하여 최신 하이엔드 스피커들과 같은 비전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LS50 메타 버전에서 실제로 그러한 목표가 제대로 구현되었다고 본다.

전작의 플랫폼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이처럼 획기적인 발전을 거둔 것은 미로형 튜브 흡음 기술을 적용한 것이 결정적일 것이다. 

그래서 KEF가 이 기술을 기존의 R 시리즈 등 더 큰 스피커에도 적용한다면 기존 스피커의 한계를 뛰어넘을 완전히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품게 된다.

예를 들어 R3 스피커 싱글 우퍼를 하나 더 추가한 상위 모델이 나온다면 방에서의 음악 감상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할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두고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내기는 정말 아깝다. 이전 모델 사용자들도 새 스피커로 교체하는데 고민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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