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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하이파이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5. 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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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아이팟은 전 세계적으로 수 천만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그 때문에, 너무나 많은 파생 상품을 만들어내었고, 결과적으로는 애플마저도 파생 상품 시장에 뛰어들지 않을수 없었다. 케이스부터 시작해서 자잘한 액세서리들이 사용자를 유혹하는 상황이고, 아이팟과 연결하기 위한 액티브 스피커 역시 여러 업체에서 많은 제품을 출시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팟 팬들에게는 아이팟과 잘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 감각을 살려낸 짝을 맞춰주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이제 그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아쉬움을 안겨줄 아이팟 하이파이가 출시되었다.

제품을 직접 살펴보기에 앞서 아이팟 하이파이에 대한 애플의 선전 문구는 다음과 같다.
“스테레오 스피커가 없어도 집안을 사운드로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음악 CD가 없어도 음악 콜렉션을 무제한 즐길 수 있습니다. 디지털 음악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체험해 보십시오. 깔끔하고 아담한 디자인의 iPod Hi-Fi는 고음질의 선명한 사운드를 들려드립니다. 직접 감상해보십시오.”


    제품 소개
  • iPod Hi-Fi 및 분리형 그릴 / Apple Remote / iPod Universal Dock 어댑터(1) / AC 전원 코드 / 제품 매뉴얼(인쇄물 및 전자문서)
    성능
  • 주파수 응답: 53Hz ~ 16kHz ■ 3dB
  • 최대치 사운드 압력 레벨: 1m (AC)에서 108dB, 1m (DC)에서 102dB

    iPod 통합
  • iPod Universal Dock (dock 어댑터 포함)을 통해 Dock 커넥터를 제공하는 모든 iPod 모델과 호환
  • 오디오 입력 포트(오디오 케이블 별도 판매)를 통해 iPod shuffle과 Dock 커넥터가 없는 iPod 모델과 호환
  • 스피커 메뉴의 Tone Control은 iPod Hi-Fi(3)를 위한 추가 EQ 설정을 제공합니다.
  • 입력 포트에 아날로그 3.5mm 스테레오 미니 잭이나 S/PDIF 광 디지털 미니 플러그(4) 를 연결합니다.

    크기 및 무게
  • 높이: 167. 6mm
  • 너비: 431.8mm
  • 두께(그릴 포함): 175.3mm
  • 무게(건전지 포함): 6.6kg
  • 무게(건전지 제외): 7.6kg

    환경 요구 사양
  • 작동 온도: 섭씨 0 ~ 35 (화씨 0 ~ 35)
  • 비작동 온도: 섭씨 -4 ~ 113 (화씨 -20 ~ 45)
  • 관련 습도: 5% ~ 95% 비응결
  • 최대 작동 고도: 3,000m (10,000 피트)

    배터리
  • iPod mini, iPod(클릭휠), iPod(컬러 디스플레이), iPod nano, 동영상 지원 iPod용 Universal Dock 어댑터가 포함
  • D형 건전지는 별매
  • 스피커 메뉴는 iPod nano와 동영상을 지원하는 iPod에서만 이용할 수 있음
  • 오디오 케이블은 별매


외관
아이팟 하이파이의 첫 인상은 한 마디로 깔끔하면서도 우아하다. 음질이나 기능을 다소 희생한 대신에 하얗게 빛나는 하나의 새시로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구현해낸 것이다. 번쩍거리는 형광 디스플레이도 없고 버튼, 심지어 애플 로고도 앞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화려한 화장으로 자신이 제일 다재 다능하다고 외치는 미니 콤포 제품들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다. 아마 상점의 진열대에 올려놓으면,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이 저절로 아이팟 하이파이에 머물 수밖에 없을 듯. 하지만, 그것은 아이팟 하이파이만 놓고 봤을 때 그렇고, 아이팟이 얹혀 있는 모습은 왠지 약간은 어색한 느낌도 없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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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하이파이는 배터리로도 동작이 가능하며, 다만, 배터리의 사용 시간을 늘려주기 위해 배터리 모드에서의 스피커 출력에는 제한이 있는 것 같다. 중간 크기 이상의 큰 소리를 내주지 못한다. 그리고 배터리 작동 중에 AC 코드를 꽂으면 바로 AC 전원을 이용한다. 팝 노이즈가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전원이 절환된다. 아이팟 하이파이는 크고, 무겁긴 해도 팔 힘이 좋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들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이동성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커다랗게 파낸 좌우의 큼직한 손잡이는 자칫 밋밋해 보일 단순한 실루엣에 힘을 더했다. 폭과 높이, 깊이가 모두 두툼한 규격과 함께 강인하면서도 역동적인 소리를 내줄 것 같은 인상이다.

아이팟과의 연결은 단지 위에 설치된 도크에 꽂기만 하는 것으로 완료된다. 이 때 아이팟 충전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두께가 다른 아이팟의 다양한 규격에 대응하도록 10가지의 어댑터도 함께 제공된다. 도크에 꽂고 다시 빼는 일은 무척 간단하고 별 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아이팟을 들고 다니다가 집에 들어와서 충전을 겸해 아이팟 하이파이에 연결하고 음악도 듣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아이팟 하이파이에 아이팟을 연결하는 일이 추가적인 부담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아이팟 하이파이의 조작은 아이팟과 부속된 라이터 크기의 최소 기능의 리모컨을 사용할 뿐. 본체에 달린 유일한 터치식 스위치는 단지 음량 조절에만 사용된다. 뒷면에는 아날로그 오디오 및 디지털 오디오 입력이 가능한 단자도 마련되었는데, 그것도 외관 디자인을 번잡하게 보이지 않도록 하나의 단자로 두 가지 입력을 겸하는 센스까지 보여준다.

필자는 테스트를 해보지 못했지만, 아이팟 하이파이에는 애플의 AirTunes를 연결할 수 있다. 디지털 광 오디오 케이블을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에 연결하고, 컴퓨터의 iTunes을 조작하면, 디지털 신호를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다. 집 원하는 곳 어디에서라도 컴퓨터에 저장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계속 컴퓨터를 켜 놓아야 하고,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도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만큼, 특별히 간편하다고 할 장점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아이팟은 하드 디스크 용량 제한이 있고, PC는 하드 용량 제한이 적고, 인터넷 포드 캐스트 방송을 바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 정도. 그냥 아이팟에 음악을 옮겨서 감상하는 게 오히려 간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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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하이파이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스피커는 좌우 채널을 담당하는 중간 크기(80mm)의 유닛과 좌우 채널이 공유하는 서브우퍼(130mm)로 구성된다. 우퍼의 크기는 붐박스로는 상당히 큰 편으로 많은 양의 저음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우퍼에는 튜브와 여기에 연결된 포트가 있어서 더욱 저음을 강화하는 구실을 한다. 스피커 유닛의 진동판은 모두 플라스틱 계열이며, 이 정도 제품에는 필요한 정도의 물량이 투입된 것 같다. 좌우 유닛은 물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완전히 밀폐되어 있어서 소리가 밖으로 새지 않는다. 좌우 채널의 거리 규격은 붐박스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본격적인 스테레오 시스템으로서는 턱 없이 가깝다.


감상
하이파이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바로 아실 수 있겠지만, 이 제품에는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가 없고, 그 결과 밸런스가 저음에 많이 치우친다. 그리고 고음은 다소 먹먹하고, 바이올린의 소리결이 자연스럽게 뻗어주지 못하고 중 저역에 묻히는 답답한 느낌이 된다. 다른 오디오 전문 하이엔드 시스템에서는 저음이 많더라도 고음이 잘 나오는 시스템도 있지만, 아이팟 하이파이에서는 분명히 중심점과 재생 한계가 함께 저음 쪽으로 내려간 상태다.
물론 미국의 거주 환경처럼 넓은 공간, 심지어 야외에서 사용할 경우에는 아마도 저음이 많은 편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넓지 않은 방에서 탁자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경우라면, 아이팟의 메뉴를 조작하여 이퀄라이저에서 고음을 강화해서 사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좋다.

필자의 경우 거실에서 이 제품을 주로 사용했고, 먼 거리에서 사운드 스테이지와 관계 없이 흥얼거리는 음악을 감상하면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감상 거리가 가까운 방안에선 저음이 너무나 비대하고 음량을 높이 올릴 수 없었으며, 사운드 스테이지가 형성되지 않아서 큰 장점을 느끼기 힘들었다.
다른 이퀄라이저 세팅에서는 중립적인 밸런스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아이팟을 이어폰으로 들을 때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팟 하이파이로 들어보려면, 소스는 가급적 높은 비트레이트로 인코딩해서 들어보기를 권한다. 필자의 경우 320kbps과 129kbps로 인코딩한 소스를 사용해서 테스트했는데, 역시 320kbps 쪽의 소리가 우수했다.

성능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여 이퀄라이저 세팅을 고음 강조(treble boost)에 둔 경우에도 소형 시스템답지 않은 풍성하고, 여유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드럼이나 베이스 기타, 재즈의 베이스 등이 여위지 않게 잘 재생된다. 물론 저음이 아주 빠르고 격렬하진 않은데, 특히 볼륨을 올리면, 리듬이 잘 살아나기보다는 신나는 팝이나 댄스 음악을 즐길 때에는, 이처럼 푸근한 소리를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음원이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구현되는 스테레오 이미징은 사실 이런 제품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좌우 채널의 스피커가 너무나도 가깝고, 우퍼가 담당 대역에선 좌우 채널의 소리가 혼합된다. 저음은 우리 귀로 위치를 정확히 구분하기 힘든 성질이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좌우 채널과 붙어 있는 것은 좋은 위치는 아니다. 그래서 귀를 아이팟 하이파이에 가깝게 대고 근접 시청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저렴하지만 스피커를 서로 멀리 떼어놓을 수 있는 미니 콤포넌트 시스템에 비해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적어도 3미터 정도 떨어져서, 마치 BGM을 감상하듯이 아이팟 하이파이를 대한다면, 그 땐 대단히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게 된다. 방에 켜놓으면 실제 방에서 듣는 사람보다는 다른 방이나 거실에서 소리를 훨씬 마음에 들어하게 될 그런 상황이 된다.

몇 가지 단점을 제외하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도 아이팟 하이파이의 기대 이상의 실력에 감탄하게 된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의 우아하고, 포근한 분위기와 악기들이 섬세하게 음표를 노래하는 느낌도 잘 내주고, 심지어 편성이 아주 커서 압축 음원을 사용하는 말러 교향곡의 박력도 웬만큼 구현이 가능하다. 케니 드류와 오스카 피터슨의 듀오 음반은 적당히 촉촉하면서 매끈한 음색이 아주 큰 즐거움을 준다. 저가형 미니콤포처럼 지글거리는 배경 잡음이 적은데다가, 소리결 하나하나가 매끄럽고 곱고 우아하게 제시된다. 다만 압축 음원의 특성상 소리가 아주 디테일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들어야 할 부분을 빼놓는다는 느낌도 없다.

아이팟 하이파이의 소리는 음악적으로 중요한 중간 대역대의 왜곡이 대단히 적은 편이라는 부분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이를테면, 노라 존스라든지, 다이애너 크롤 같은 목소리는 웬만한 하이파이 시스템 빰칠 만큼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내준다. 목소리 재생이란 부분은 원래 대역 폭이 넓지 않은 소형 시스템에서 보다 중시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 나온 제품들 중 상당수는 제대로 재생하기도 어려운 고음이나 저음을 잘 내려다가 전체적인 소리의 균형을 망가뜨리는 일이 흔하며, 이렇게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시스템은 정말로 보기에 드물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부분은 시원시원한 다이내믹스. 본체의 볼륨은 손을 살짝 올려 놓는 것만으로 아주 가볍게 조작된다. 손 가락을 몇 번 토닥거리면 음량이 쉽고 빠르게 커진다. 작은 소리에서는 음량 조절 단계가 조금은 부족하다는 느낌도 있다. 아마 애플은 대신에 몇 번 터치하지 않아도 쉽게 큰 음량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더 고려한 듯. 찌그러짐 없이 방안을 가득 메우는 박력 있는 소리는 이런 시스템에서 기대하던 수준을 쉽게 넘어선다. 음량을 올리면 즉시 지글거리고 찌그러지는 소리를 내는데다가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낡은 붐 박스를 추방 할 자격이 충분하다. 볼륨을 충분히 올린 상태에서도 소리의 해상도나 밸런스에 거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소리의 크기만 놓고 보면, 훨씬 커다란 오디오가 놀랠 수준이다.


결론
진지한 감상을 위한 시스템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생활을 보다 즐겁게 해줄 배경 음악을 위한 시스템으로는 너무나도 훌륭하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아이팟 하이파이로 하이엔드 오디오 흉내를 낼 것을 기대하진 않는다. 하이파이라는 말은 하이파이넷 독자라면 너무나들 잘 아시겠지만, “high fidelity”에서 나왔다. 원래 아이팟은 AAC처럼 압축된 음원을 감상하는 기기이므로 하이파이와는 거리가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이팟이 제안하는 자신만의 하이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제품의 성능은 모든 면에서 뛰어나진 않지만, 출력이라든지, 저음의 양, 부드럽고 매끈한 질감등 일부분에서는 하이파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만한 놀라움을 느끼게 했다. 아이팟과 아이팟 하이파이를 합친 가격은 무려 60~70만원에 달해서 가전 업체가 중국에서 제조한 미니콤포와 비교하면, 가격대 성능비까지 탐내기는 힘들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을 유혹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입맛을 계속 다실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아이팟 역시 처음에는 어떻게 성공할 것인지 미래가 보장되어 있던 것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아이튠이라는 소프트웨어와의 결합으로 새로운 디지털 뮤직 감상 문화를 창조해 내면서,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다. 그리고 초기의 아이팟에 비해 계속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면서, 지금의 아이팟에 이르렀다. 아이팟 하이파이 역시 그런 길을 걸어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지만, 그 길을 전처럼 혼자만 걸어가게 될지, 아니면 다른 업체와 함께 달려갈 지는 두고 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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