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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리뷰

아포지 일렉트로닉스 미니 DAC

Posted by 문한주 on 03/12 at 09:33 AM

아포지 일렉트로닉스란 회사는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프로세싱하는 프로용 장비 업체다. 이 업체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알려지게 시작한 계기는 마크레빈슨이 내놓은 첼로 DAC이 아포지 일렉트로닉스의 DAC을 바탕으로 해서 튜닝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동료 필자분의 의견에 따르면 음질수준이 현격히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버전의 프로툴(하드레코딩 기반의 녹음 소프트웨어)과 그에 대응하는 아포지 일렉트로닉스의 AD컨버터가 등장한 것에 공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런 찬사를 들을 만큼 아포지 일렉트로닉스는 디지털 오디오 기술에 있어 완성도가 높고 확장성이 뛰어나고 기능이 안정되어 넓은 프로 사용자 층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아포지 일렉트로닉스는 콤팩트하게 만들어 휴대성을 강조한 프로용 제품들을 여러 종류 내놓았는데 그 중에 Mini-DAC은 일반 오디오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제품은 컴퓨터와 연계되는데 강점을 가지고 있는 아포지의 제품답게 (미화 $200에 상당하는) USB 옵션카드를 부착하고 나면 컴퓨터나 iPOD와 소통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번 리뷰에서 사용된 제품은 기본형 이어서 컴퓨터를 활용한 부분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었다. 본 리뷰는 오디오 장치로서 Mini-DAC이 가진 원래 실력이 어떤가에 대해서만 평가한 것임을 양해 바란다.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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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플레이트: 44.1/48/88.2/96/176/192
• 최대 word length: 24bit
• 주파수 반응: 10-20k +/- 0.2 dB (at 44.1kHz)
• THD+N: -104 dB
• 다이나믹 레인지: 119 dB weighted
• 채널간 크로스토크: -125 dB
• 소모 전력: 6.5W max.
• 전원: 6-14 V DC. 90-240V 아답터 포함
• 입력:
- 2 x AES-EBU on 9 pin D-Type (sample rates: 44.1k-192k)
- S/PDIF optical on TOS-LINK 44.1/48k
- S/PDIF coaxial on RCA 44.1-192k
- ADAT 44/1-48k
- ADAT/SMUX II for 88/2/96k
- ADAT/SMUX IV for 176.4/192k
- USB at 44.1/48k (옵션보드 장착시)
• 출력:
- 2 x XLR (pin 2 – hot) for pro-audio stereo
- 1/8” jack for consumer-level stereo (standard 1/8” to RCA cable required) also able to drive headphone
- 1/4” jack headphone
- USB (옵션보드 장착시)

제품 구성

기본설정은 외부출력조절 놉으로 아날로그 출력의 게인 조정이 가능하고, 밸런스드 아날로그 출력의 게인이 무척 높게 설정되었다.** 하지만 내부 점퍼를 조정하면 고정출력으로 나오도록 바꿀 수 있고, 게인도 일반적인 제품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매뉴얼에는 점퍼 조정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사진을 곁들여 충실하게 설명해 놓았다.

컴팩트한 몸통은 알루미늄 통을 잘라낸 것이고 여기에 나사 탭을 주어 전후면 패널을 달아서 심플하게 외관을 마무리했다. 디지털 오디오 신호가 lock이 되지 않으면 전면패널에 박혀있는 세로로 나열된 두 줄의 LED가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라도 되는 양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번쩍거리는데 사용하지 않을 거라면 빨리 끄세요 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파워 스위치는 상대적으로 덜 직관적인것 같았다.***

매뉴얼에 실린 내부 기판을 보니 부품납땜에 표면실장 기술이 적용되었다. 표면실장 기술은 수작업 납땜방식에 비해서 품질 변동이 적어 좀 더 안정적이며 진동에도 영향을 덜 받게 된다. OP AMP는 버브라운 OPA275가 사용 되었다. 그리고 이 제품은 입력 받은 디지털 오디오 신호에서 클럭을 제거해내고 데이터만 버퍼를 통과시킨 후에 지터가 적게 발생되는 디지털 클럭을 새로 생성시킴으로써 트랜스포트의 지터에 둔감하게 반응하게끔 설계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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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는 싱글엔디드 아날로그 출력 (RCA)이 달려있지 않아서 (3만원 상당의) 뉴트릭 ‘밸런스드 (암)-RCA(암) 변환 단자’를 구입해야 RCA 인터커넥트와 연결할 수 있었다.

들어보기

덩치는 지나치게 소형화 되었고, 생긴 것도 최대한 요령껏 대충 넘어간 부분이 눈에 띄지만, 소리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어디 가서 꿀릴 것 없이 당당하게 한소리 하는 제품이다.

특정 대역을 강조하거나 하지 않으며 원래 수록된 소리를 충실하게 재현하려는 점이 칭찬 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어쩌다 보니 이 제품을 상당히 다양한 오디오 시스템에서 들어보게 되었지만 게인을 정확하게 맞춰서 비교해 들어본 것은 소니 SCD XA-9000ES뿐이어서 이것을 위주로 언급하도록 하겠다.

XLO/Reference Recording Test/Burn-in CD 에 수록되어 있는 Stormy Weather는 지긋하게 나이든 여성이 부른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소니에서 틀면 맑게 들리고 나이가 젊어지고 살집도 줄어들어서 서울 깍쟁이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아포지로 틀면 살집이 줄어들지 않았고 포근하고 따뜻하고 편하게 들린다. 대신에 소니는 룸 어쿠스틱이 더 잘 살아나며 아포지는 룸 어쿠스틱이 애매하게 소실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호소력이 있게 휘감기는 색소폰의 촉감을 느끼고 싶다면 아무래도 아포지가 제격이다.

이번에는 미국 작곡가 제롬컨의 song book을 담은 Sure Thing앨범에서 여러 곡을 들어 보았다. 소니는 I won’t dance곡에서 실비아 맥네어의 소리를 짧은 호흡으로 끊어 치는 것처럼 재빠르고 숨가쁘게 소리를 쳐낸다. 쇼트트랙 경기를 보는 것처럼 아찔한 역동감과 시원함과 딱딱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연상된다. 반면에 아포지로는 Sure Thing이란 곡에서 깊고 풍부한 느낌을 잘 재현해서 더 듣고 싶게 하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 Nobody else but me에서는 부드러움이 잘 젖어 들게 해서 시험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소니와는 달리 제대로 음악 감상을 하는 맛을 선사해 준다.

폴리니가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을 틀어보면 소니의 것은 팥알이 쏟아지는 것처럼 파다닥 대며 기민하게 움직이는 역동성이 잘 들려서 이 연주의 특성을 좀더 돋보이게 하는 반면에 아포지에서는 각진 부분이 덜 나오면서 위와 아래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놓았다는 식이다. 이 곡에서도 공기감이 덜 나와 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페터 슈라이어가 부른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틀어보면 소니는 광학적으로 포커스를 빈틈없이 잡아낸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반면에 아포지는 그것 보다는 상대적으로 약간 포커스가 흐리게 (blurr) 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식이다.

현악기를 들어보면 소니 것이 좀 더 현의 장력이 커진것처럼 곤두서고 긴장되고 도발적인 느낌을 주는 편이고 아포지는 상대적으로 덜 긴박한 텐션을 가지고 템포도 잘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제니퍼 원스의 The Famous Blue Raincoat앨범에 실려있는 First we take Manhattan을 들어보면 소니는 전공과목이라도 되는 냥 능란하게 요리해서 뚝딱 내놓는 실력을 보내주었는데 반해 아포지는 저역의 에너지가 부족하고 깊이를 잘 내주지 못하고 있다. 기타의 베이스라인에 힘발이 부족해서 구분이 잘 되지 않고 흐물거려 존재가 희미하게 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마무리

이 제품은 추천할만한 구석이 많다. 소리도 기본이 좋은 데다가 확장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디오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음악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제대로 즐기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아포지 Mini-DAC은 그런 오디오 본연의 목적과 사명에 부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강조해서 칭찬해야 마땅하지 않겠나 싶다.

약점이라고 할 부분이라면 절대적인 기준을 놓고 비교했을때 규모가 큰 곡에서 약간 딸리는 점과 해상력 부분에 대해서 손색이 있다는 점 정도일 텐데... 그것도 소니 SCD-XA9000ES나 마란츠 SA11S1처럼 몇 배 비싼 제품과 비교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op amp로 아날로그 출력부를 처리한 제품에서 내줄 수 있는 만큼의 거의 최대한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보이므로 딱히 흠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만약에 이런 흠이 없었다면 dCS Delius DAC수준의 제품이 되어 버렸을 거다.)

이번을 통해서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하이엔드 오디오를 하는 회사에서는 디지털 오디오 재생기기를 만들때 엉뚱한 곳에다 능력과 시간과 돈을 허비하곤 하는데 비해서 프로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낭비 없이 신경 씌여야 할 바로 그 곳에 시간과 좋은 부품과 적절한 설계력을 투자해서 쌈빡하고 실한 소리를 잘 뽑아내주는것 같다.

각주

* MS 윈도우즈나 매킨토시 운영체계에서 동작하는 ASIO driver도 지원하고 있으므로 컴퓨터를 고품위 트랜스포트처럼 사용하는 길을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향후 활용성과 확장성이 무한정이 될 것이 예상된다.

** 다른 제품과 비교해 봤을 때 소니 SCD XA-9000ES SACD플레이어에 비해서 16dB, dCS 엘가 DAC에 비해서는 14dB만큼 출력이 더 크다.

*** 그것은 필자가 설치하고 나서 소리가 나지 않아 한참 법석을 떨었던 사건이 있어서 그런 인상을 받게 된 것 같다. 소리가 나지 않았던 이유는 터무니 없는 곳에 있었는데... 인터커넥트는 밸런스드 아날로그 출력에 연결해 놓았지만 스위치는 헤드폰 출력만 되는 쪽에 켜놓았기 때문이었다. 사용 전에 매뉴얼을 잘 읽었다면 법석은 피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시청기기

  • 소스기기: 소니 XA9000ES SACD플레이어, 마란츠 SA11S1 SACD플레이어, 에어 D-1x 트랜스포트, dCS 엘가 DA컨버터, dCS 퍼셀 샘플 레이트 컨버터, 에소테릭 P-03 트랜스포트, 에소테릭 D-03 DA컨버터, 벤치마크미디어 DAC-1, Audio Q&A 파에톤 DA컨버터
  • 앰프 : 클라세 CP-700(pre), 클라세 CA-M400(monoblock), 클라세 CA-220 (power), BAT VK-51SE (pre), Halcro dm8 (pre), Halcro dm78 (power), JVC AX-V8000(AV리시버, 바이 앰프 모드, 비디오 블럭 전원off, ZIST 아날로그 전용 입력단자 사용)
  • 스피커: B&W 800D, 틸 CS2.4, 에포스 M12
  • 스피커케이블: 카나레 4S8G, 노도스트 SPM Reference, 알파코어 괴르츠 MI2
  • 인터커넥트: 몬스터 스튜디오 프로1000(Bullet RCA plug-BeCu), 퓨어노트 파라곤(XLR), Stereovox SEI-600 II, 퓨어 케이블 XLR3-XLR3-2GSR6, 킴버 KS1121(XLR), 디스커버리 시그너쳐(XLR)
  • 디지털케이블: 킴버 오키드 AES/EBU, 킴버 DV-75 SPIDF (동축), 디옵텍 GOF-DT70015DT-G SPDIF(토스링크)
  • 액세서리: 라디오색 음압계, TES 1350A 음압계, 뉴트릭 XLR(암)-RCA(암) 변환커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