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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란츠 SA-11S1 SACD 플레이어(2) CD재생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5. 1. 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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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한주(raker5235@hanafos.com) 2005-01-04 00:47:35

마란츠 SA-11S1은 CD를 재생할 때에 SACD를 재생하는 것보다 좀 더 강단 있는 소리를 내줄 수 있다. 그리고 CD재생에서도 SACD를 재생했을 때처럼 아름다운 음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최신 디지털 오디오 제품이 가지고 있는 수준의 해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딱딱하다거나 어딘가 빈듯하다던가 서늘하게 들린다는 등 인공적이라거나 부족한 제품이란 인상이 들지 않도록 잘 튜닝했다. 그래서 특별한 몇 곡을 제외한 웬만한 곡에서는 아쉬움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된다. 혹시 비슷한 가격대의 전용 CD플레이어와 비교한다고 하더라도 경쟁제품들을 바짝 쫄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훌륭한 CD재생 능력을 가졌다. 그렇지만 매장에서 귀동냥하실 분들에게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 이 제품에서 제 소리가 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사실 첫 인상에서는 CD재생에서 불만족스럽게 느꼈었다. 발음할 때 “아"하고 나와주기를 기대하는 부분에서 (사진 찍을 때 웃는 모습으로 찍히기 위해서 “cheese"나 “whisky"를 외칠 때처럼 양쪽 입가를 위로 들어올린 채) “애” 하는 식으로 되바라진 듯이 들렸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고음의 특정 부분에서 소리가 번지는 듯이 번쩍거리게 (마치 크로마 버그가 있는 DVD플레이어로 영상을 재생했을 때처럼 빨간색이 있는 화면의 일부 부분이 번져서 튀어 나오는 것처럼) 들리고 음상이 윗쪽 부분이 먼저 쏟아진다고 느껴졌었다.
제품이 집에 도착한지 한 달 가까이 경과된 후에는 이런 현상이 상당 부분 제거되었다. 그래서 낮에 들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하고 심야에 유난히 집중력이 좋아졌을 때에만 그런 부분을 느끼는 정도로 별로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국내에 리뷰된 순서상으로는 오프라인 잡지에 비해서 하이파이넷이 뒤쳐졌지만 그 대신에 다른 곳에서 마감 일정에 쫓겨 급하게 리뷰가 진행되느라 놓친 점들을 하나라도 더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만듦새

이 기기의 개발 컨셉은 “CD의 음질을 SACD에 최대한 근접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이 야심찬 포부를 달성시키는 데는 칩 메이커가 내놓은 어플리케이션 노트 처방전대로 회로를 구성하는 수준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이 제품에 투입된 독자적인 설계 시도를 살펴보면 마란츠가 보유한 디지털 오디오 설계기술을 무제한으로 끌어댔음직하다.
독자적인 디지털 필터 연산 프로그램으로 고성능 24비트 DSP를 구동하는 PEC(Phase Error Compensation)회로를 신설했다. 이 회로의 원조격 아이디어는 DSP에 의한 필터 회로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마란츠의 CD71 CD플레이어라고 한다. 세 종류의 필터 특성과 더불어 DC필터(1.7Hz 이하의 음을 커트한다)와 노이즈 셰이핑을 리모컨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리모컨 조작을 통해서 디지털 출력을 끌 수 있도록 했다. (네임오디오의 경우에는 디지털 출력이 음질에 좋지 않다고 CD플레이어에서 아예 삭제하기도 했다.)
CD 재생과 SACD 재생 각각에 독립된 디지털 클럭을 갖춰놓았으며, (통상적인 전압출력형이 아닌) 전류출력형의 D/A컨버터에서 최대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 기술을 총 동원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들어보기

청취시에는 디지털 필터를 1에 놓고, DC 필터를 OFF, 노이즈 쉐이퍼를 OFF, 디지털 아웃을 OFF 상태에서 들었다.

소니 XA9000ES에 비해서 마란츠 SA-11S1의 아날로그 출력 전압이 더 높다. 비교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테스트 톤과 멀티메터 그리고 마크레빈슨 383L의 입력 offset 설정을 이용해서 양 기기의 게인을 최대한 동일하게 조정했다.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어보면 소니 XA9000ES가 아티큘레이션을 깔끔하게 잘 표현해서 극적인 요소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복잡해지는 음악의 피크 부분에서 좀 더 안정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는데 마란츠 SA-11S1은 그런 점에서는 특별히 뛰어나다기 보다는 무난한 수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이 곡의 특성상 아티큘레이션이 잘 드러나는 전개방법 보다는 화성적으로 잘 정리되어 풍요롭고 넓은 스펙트럼에서 색상이 몰리거나 부족하지 않고 골고루 제대로 잘 표현하는 마란츠 SA-11S1으로 들었을 때 더 음악에 빠져들기 쉬웠던 것 같다.
네임 CD5X의 경우에는 음의 골격이 큼직함에도 불구하고 윗부분이 상대적으로 성기게 표현되므로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들리는 편이었던데 비해 마란츠 SA-11S1은 윗대역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충실하게 재생하는데 앞섰기 때문에 보다 음악의 정수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간 것처럼 느끼게 해줬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마란츠 SA-11S1이 채택한 음악적으로 성숙하지만 자극적이라거나 유별나지 않게 들리는 튜닝은 혹시라도 번잡한 현대인의 입장 때문에 잘못 평가될 위험도 어느 정도 숨겨져 있을 것 같다. 무슨 말이냐 하면 퇴근 후 모처럼 시간을 짜내어 고작해야 한 두 시간 남짓 음악을 감상하고 오디오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에게서라면 웬지 어딘가 시원하고 짜릿한 느낌이 쏙쏙 들어오는 제품일 때 더 깊은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마란츠는 그런 바쁘고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편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에 시간의 여유를 바탕으로 음악을 즐겨왔고 오디오를 다뤄본 이른바 “오디오 선수"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편을 선택한 것 같아 보인다.

레스피기 작곡, 시바의 여왕 벨키스 조곡,을 들어보면 소니 XA9000ES만큼 낙차가 크게 하지는 않아서 독한 맛을 줄어든 대신 무난한 페이스 조절과 화사한 악기의 음색으로 채색해서 귀를 즐겁게 해준다.

폴리니가 연주하는 쇼팽의 연습곡 op. 10의 1번을 들어보면 당당하고 늠름하게 들린다. 피아노의 왼손 건반음도 무력하지 않다. SACD연주에 비하면 오히려 CD쪽이 상대적으로 좀 더 뼈대가 잘 서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CD 재생시에도 SACD 재생에서의 특징인 화려함과 풍성함이 그대로 닮아있다. 그러면서도 이 녹음의 격정적인 면을 잘 소화하고 있다. 마란츠 SA14 ver.2이 쌩쌩 날아가는 소리였다면 SA-11S1은 SA14 ver.2가 보유하지 못했던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이 깃들어 있다. 전체적인 음악재생 규모는 마란츠 SA14 ver.2와는 비교할 바가 아닐 정도로 향상되었다.

그렇지만 폴리니의 연주를 듣다 보면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점은 사실상 마란츠 SA-11S1의 실력이 부족했다기 보다는 필자의 욕심이 좀 더 과한게 아닐까 할 정도로 극한의 수준을 요구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폴리니의 쇼팽 연습곡 op.10 12번은 매우 유니크한 연주로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와는 다른 관점에서 연주되었다. 다른 연주자들이 왼손부의 기저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전 음표를 다 드러나도록 표현하지 않으면서) 오른손 쪽의 성부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어떤 정서나 표정을 실으려고 노력하는데 비해서 폴리니는 왼손 오른손 가릴 것 없이 전 음표를 적극적으로 다 드러내고 퍼페츄얼 모빌레테(無窮動)風으로 접근하여 왼손과 오른손을 통합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왼손이 담당하는 저역은 촉수라도 달린 듯이 꿈틀거리는 에너지와 집요한 흡인력의 중심을 형성하고 오른손으로는 다채로운 움직임을 파도 치듯이 넘실대게 펼쳐놓음으로 인해서 만물경이나 회교사원에 그려진 기하학적인 문양을 바라보는 듯한 아찔한 현기증이 들도록 한다.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에서는 마란츠 SA-11S1으로 들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보이는데 폴리니의 특별한 연주에서라면 아름다운 소리를 중시한 튜닝의 마란츠 SA-11S1에서는 굴곡의 낙차가 상대적으로 덜 나타나는 편이다. 그래서 인과 관계는 대강 알겠지만 체험해보지는 못해서 아직 아리송한 느낌이 남아 있다는 식의 인상을 남겨준다.
한편 그에 비해서 약간은 드라이한 맛에다 민감하지만 강한 스태미너를 가졌고 곡의 뼈대가 잘 나타나게 해주고 연주자의 아티큘레이션 재생이 잘 드러나게 해주는 점에서 특별히 뛰어난 소질이 있는 소니 XA9000ES로 들었을 때 폴리니 연주의 진가가 나타난다. 인과관계도 똑소리 나게 짚어줄 뿐만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헤어 나오기 힘든 지독히 집요한 흡인력을 느끼면서 호흡을 멈추게 하게 한다.

그렇지만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이것은 마란츠 SA-11S1가 뛰어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소니 XA9000ES가 다른 부분에서 마란츠 SA-11S1에 밀리지만 특정 음악과 특정 연주의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좋겠다.

마무리

마란츠 SA-11S1은 SACD의 재생에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CD재생에서도 그 가격대의 CD전용기에 필적하는 수준을 보유했기 때문에 강력히 추천 받을 가치가 있다. 튜닝한 사람의 음악적인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게 해주는 제품을 만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지만 이 제품의 경우는 그 흔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제품을 구입한 이후라면 다양한 SACD타이틀을 구입해서 SACD의 매력이 어떤 것인지 체험해 보시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필자의 경우에는 소니 XA9000ES와 마란츠 SA-11S1을 둘 다 독자적으로 구축한 고유의 장기를 가지고 있어서 두 제품 모두 보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아마도 이 둘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수준의 소리를 내주는 제품을 만나려면 두 제품을 합한 가격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가능하지 않겠나 싶다.

시청기기

  • 소스기기: 소니 XA9000ES, 나임 CD5x
  • 앰프: 마크레빈슨383L
  • 스피커: 레벨 퍼포머 M-20
  • 스피커케이블: 알파코어 괴르츠 MI2
  • 인터커넥터: 반덴헐 MC D501
  • 파워케이블: 오디언스 PowerChord
  • 기타 액세서리:
    - Black Diamond Racing Cone type #3,
    - Black Diamond Racing The Shelf,
    - RPG Korea 어퓨저,
    - 스카이비바 텍스보드 흡음재,
    - 자작 아이솔레이션 받침대,
    - 운영 21-1KA isolation transformer,
    - AudioPrism Quiet Line,
    - Cardas RCA/XLR caps,
    - Blu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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