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식 : 반갑습니다. 윌슨씨.
윌슨: 안녕하세요(한국말로). 이번에 한국에는 처음입니다.
(나중에 본격 시연회에서 언급하기를 일본을 거쳐 한국에 왔지만 신제품인 듀엣이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공개되기는 한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함)
먼저 새로운 저희의 스피커를 소개하고 시연해드리고 나서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면 합니다.
여기 제 아들 대럴과 아시아 지역의 마케팅 담당자를 트렌트 씨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들인 대럴은 BYU-Brigham Young University-를 마치고 트렌트 밑에서 경영 수업 중이라고 함)
이종식 : 두 분 반갑습니다. 윌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 중 하나죠.
많은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들처럼 거라지 메이커(개인이 자택의 차고-Garage- 같은 곳에 연구실을 차리고 시작하는 업체들을 말함)로 시작해서 세계 굴지의 브랜드로 발전했습니다.
2-3년 전에 미국 LA의 단골 샵에 들렀을 때 그랜드 슬램이 있던 자리에 WAMM이 대신 놓여 있어 놀랐는데 그 샵의 매니저 왈,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윌슨 씨가 바빠져서 더 이상 WAMM을 직접 세팅하러 세계를 돌아다닐 수 없게 되어 단종시키고 대신 알렉산드리아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농담성도 있지만요(웃음)
윌슨: 우리는 아직 작은 회사입니다. 삼성전자에 비하면요(웃음).
현재 회사의 직원은 모두 50명 정도인데, 하이엔드 스피커를 제작하기에는 적절한 규모라고 생각합니다.
WAMM을 단종 시키게 된 것은 우퍼 유닛을 KEF에서 더 이상 공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고의 유닛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할 상황이 되어 단종 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LA Audio/Video는 저도 잘 아는 샵인데 데모용으로 사용하던 마지막 WAMM을 그리고 보냈었죠.
사실 WAMM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힘들어져서 단종 시킨 것도 맞는 이야기입니다(웃음)
그럼 이제 듀엣 스피커를 시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들으실 곡은 일본의 마리 나카모도가 부른 Georgia on My Mind인데, 가수는 중간에, 그리고 기타같은 악기군은 양옆의 공간에 위치합니다.
(감상)
하나 더 감상하실 곡은 영화 <그린 마일>에 삽입된 테마인데 매우 큰 오케스트라 홀에서 녹음되었습니다. 때문에 관현악의 표현과 시청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 확장되는 넓은 음장감을 염두에 두고 감상해 보십시오.
(감상)
(나중에 본격 감상 때는 이 두 곡 외에도 키쓰 존슨이 레코딩한 곡을 비롯해서 하프 연주, 관현악 등 몇 곡을 더 들려 줬다)
이종식: 듀엣은 벽에 붙였을 때를 최적의 상태로 디자인되었다면 만약 듀엣을 일반 스피커처럼 벽과 공간을 두고 설치하면 어떻습니까?
윌슨 : 거기에도 물론 케이블 등으로 대비를 했지만 그 경우라면 소피아를 권합니다.
가격도 듀엣과 비슷하고 벽과 간격이 있다면 소피아쪽이 좋지요.
듀엣은 벽에 붙여 사용할 경우에 최적화하기 위해 많은 테스트와 공을 들여 만든 제품으로 여타 모델과는 약간 컨셉이 다릅니다.
윌슨 : 그럼 다시 인터뷰 장소로 돌아가도록 하지요. (인터뷰실로 이동)
데이빗 윌슨 씨와 소피아 스피커를 두고 이야기 중인 이종식 AV 평론가
이종식 : 윌슨 스피커는 신기술을 적용하기 좋아하고 그 때문에 기술적으로 뛰어난 스피커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애호가들 사이에 있는 편입니다만, 그런 세간의 평가 이전에 윌슨 씨 스스로 사용자에게 인식되기 바라는 스피커의 이미지는 어떤 것입니까?
윌슨 : 먼저 우리 스피커의 설계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야 되겠습니다. 기술은 물론 매우 중요하지요. 하지만, 기술은 음악에 기여해야 하고, 또 인간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매력적인 기술들이 많지요. 그렇지만, 저는 음악적인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음악성이 관련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윌슨 스피커에는 M 재질과 X 재질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재질들은 브리검 영 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것입니다. 먼저 M 재질이 사용되었고, 그랜드 슬램 스피커를 위해 X 재질을 개발했습니다. 기계적 가공성이 좋지 않은데다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MDF 재질에 비해서 12-15배 정도나 더 비싸지요. 그런데 이 재질은 측정치 뿐 만 아니라 실제 청취 테스트에서 모두 우수한 결과를 나타냅니다.
스피커에서 다른 부분, 이를테면 크로스오버나 유닛의 차이는 시청 환경을 매우 조심스럽게 맞춰 놓은 상태에서 들어봐야 겨우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재질을 사용한 경우의 소리 차이는 들으면 금방 알 수 있고, 심지어 오디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차이가 가격만큼 15배 더 좋은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지만(웃음) 더 좋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오늘 들으신 듀엣 스피커 같은 경우에 그룹 딜레이와 프로퍼게이션 특성을 중시했지만, 실제로도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청취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이종식 : 듀엣 스피커에 대한 첫 인상은 윌슨의 다른 제품들에 비한다면 평범한 일반 스피커답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윌슨 : 스피커는 사용할 가정의 실내 환경과 잘 어울려야죠.
실제로 요즘 공간적 제한 때문에 스피커를 벽에 붙이거나 랙 위에 놓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고객에게 윌슨은 당신이 찾는 그런 스피커는 안 만든다고 말하면 그 고객을 영원히 놓칠 수 있습니다(웃음)
이종식 : 듀엣 스피커의 경우에 랙 위에 올려 놓도록 하고 있지만, 전용 스탠드 위에 놓고 사용하는 것이 아무래도 좀 더 낫지 않나요?
이 정도 가격 제품을 구입하면서 스탠드 가격의 부담으로 그냥 랙에 올려 놓는 경우는 많지 않을 텐데요.
윌슨 : 스탠드를 사용하면 높이를 잘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탠드를 만들어서는 거의 마진이 남지 않습니다(웃음). 적절한 가격에 제공하기가 어렵지요. 딜러가 액세서리로 선택하여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랙이나 선반에 놓아도 충분하게 설계되었고 궂이 스탠드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종식 : 윌슨 씨가 스피커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입니까?
윌슨 : 객관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스피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피커는 세계적으로 널리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등이 모두 중요한 시장입니다. 물론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고요. 지금은 40%가 미국 내에서, 그리고 60%가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만 그중 한국, 일본, 독일, 스위스의 4개국이 15%를 차지하는 큰 마켓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소비자가 상점 문을 열고 들어와서 윌슨 스피커의 고객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하면, 스피커에서는 피치와 다이내믹 콘트라스트가 잘 재생되어야 합니다.
여리디 여린 트리플 피아니시모에서부터 아주 강한 포르테까지 제대로 표현해야 하지요.
그런 부분에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듀엣 스피커의 경우엔 네트워크와 스피커 유닛을 연결하는 케이블에 특별한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케이블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저는 케이블마다 소리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케이블들이 다 좋지는 않습니다.(듀엣의 내부 와이어링과 외부 선재는 트랜스페어런트 제품이라고 나중에 설명)
듀엣 스피커에 제공되는 케이블은 두 종류입니다. 갈색 케이블은 스피커를 뒷벽에 붙인 경우에 사용하면 보다 많은 그룹 딜레이를 발생시킵니다. 따라서 저음을 강화하고 음원의 위치를 잘 표현하게 됩니다.
회색 케이블은 공간이 넓은 프리 스페이스 용입니다. 이 때에는 프로퍼게이션이 증가되며, 그룹 딜레이를 감소시켜서 일반적인 소리를 내게 합니다.
이종식 : LP나 FM 사운드 같은 아날로그 사운드와 디지털 사운드에 대한 취향과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윌슨 : 집에서는 몇 대의 턴테이블을 갖고 있고, 아날로그 마스터 테이프와 레코더를 갖고 있습니다. EMI 레코드에서 앙드레 프레빈 등 많은 매스터 테이프를 복사해서 소장하고 있기도 하고요. 또 퓨어 클래스 A로 수 천 와트 출력의 앰프를 사용합니다. 잘 녹음된 디지털 사운드도 좋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날로그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종식 : 윌슨 씨가 주로 듣는 음악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윌슨 : 저는 거의 클래식 음악을 듣습니다. 제가 듣는 음악의 80%가 클래식 음악일 정도이고 재즈도 좋아합니다. 팝 뮤직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죠(웃음).
이종식 : 80%가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윌슨 오디오는 어떤 음악 재생에 적합할까요?
윌슨 : 제대로 설계된 스피커라면 다양한 범위에 걸친 음악을 고루 재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례를 들면, 랩을 주로 녹음하는 뉴욕의 팝 음악 레코딩 스튜디오에서도 윌슨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거기 사장은 척 보면 뉴욕 뒷골목의 갱처럼 옷은 펑퍼짐한 자루에 여기저기 찢어 입고 체인을 비롯해서 금속을 주렁주렁 달고 다닙니다만(웃음) 스튜디오는 물론, 자신의 사무실에도 모두 윌슨 제품이고 집에는 8대의 윌슨으로 둘러 놨습니다.
윌슨 스피커는 특정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고루 재생할 수 있는 스피커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일본 스테레오 사운드의 평론가인 스가노 씨 집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들려준 소리에 대한 저와 그의 견해는 많은 방면에서 일치했습니다.
이종식 : 스가노 씨는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유명하고 인기 높은 평론가입니다.
저도 그분의 글에서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최신 미국적 하이파이 경향에서는 약간 Old fashioned 아닌가요?(웃음)
윌슨 : 현대적 하이파이 관점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죠(웃음)
하지만 레코딩 엔지니어로서, 그리고 오디오 평론가로서 그분의 관록과 경험, 실력은 대단합니다.
이종식: 확실히 관록과 경험, 실력만으로도 존경할만한 가치가 있는 분이지만 그 열정과 철학도 훌륭합니다.
이종식 : 윌슨 스피커의 개발 과정에 사용된 오디오 시스템은 어떤 것들인가요?
윌슨 : 여러 앰프를 사용합니다. 저는 스펙트럴-아발론-MIT 처럼 한 가지의 최고의 조합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듀엣의 개발에는 오디오 리서치, 램, 콘라드 존슨 등의 앰프를 사용했고, 또 BAT와 덴마크의 BEAT도 사용했습니다. 소스로는 CBS/소니의 마스터 테이프과 나그라의 데크를 연결했구요. 집에는 작은 리사이틀 홀이 있어서 소리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이종식 : 스테레오 사운드에 게재된 시스템7의 측정 자료에서는 20kHz이상의 재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윌슨 : 저도 그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비엔나 필과 베를린 필의 소리는 그 오케스트라가 연주되는 공간의 음향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스테레오사운드의 테스트가 이루어진 무향실의 음향 환경은 실제 가정과는 대단히 다릅니다. 그리고 적어도 저는 20kHz 이상의 소리는 분명히 듣지 못합니다.(웃음)
이종식 : 저는 나이때문인지 15kHz도 안 들리는 것 같은데요(웃음)
윌슨 : 때문에 20~20kHz 사이의 대역을 재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 음악이 재생되는 대역의 범위는 300~6kHz 사이입니다.
DSD 레코딩을 많이하는 CBS/Sony의 레코딩 엔지니어 데이빗 스미쓰도 25kHz 이상은 거의가 노이즈이기 때문에 커트해 버리는 것이 낫다고 하더군요.
이종식 : 시스템6까지는 고음이 메탈릭하고 거칠다는 평이 윌슨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있었습니다. 시스템7부터 매끈해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소리를 개선했는지요?
스테레오 사운드 측정으로 본다면 고역에 롤 오프를 줘서 그런 것인지요?
이종식 : 화제를 다소 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일본 고객의 집에서 WAMM을 세팅하는 모습이 스테레오사운드에 실린 적이 있는데 대동하신 윌슨 씨의 부인이 상당한 미인이시더군요.
윌슨 : 제 아내는 24년 전 브리검 영 대학에서 만났습니다. 제게 과분한 미인을 얻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이종식 : 마지막으로 소피아2의 팩토리 업그레이드에 대한 내용을 소개해 주십시오.
윌슨 : 소피아2는 외관은 그다지 큰 변화가 아니지만 사운드는 바뀌었습니다.
배선 및 네트워크와 우퍼 유닛이 변경되었고, 한국 내에서도 업그레이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관은 바꿀 수 없고 내부만 업그레이드됩니다.
이종식 : 이제 윌슨 씨는 다음 시연 시간을 준비해야 될 시간이 된 것 같은데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윌슨 : 감사합니다. 유머 감각이 뛰어나 저도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