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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쿤 AMP-31 인티앰프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10. 1. 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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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의 음질을 향상 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소음을 줄이는 것이다. 조용할수록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으며 노이즈 레벨이 매우 낮은 제품은 소스에 담겨 있는 정보를 더 많이 들려준다. 노이즈 레벨이 매우 낮은 제품 중 하나가 오래 전 리뷰 했던 바쿤의 SCA-7511 헤드폰 앰프 겸용 인티 앰프였다. (SCA-7511의 리뷰 참조)
바쿤의 제품에 적용된 SATRI 회로는 회로 입력단과 출력단의 저항 비를 조절해줌으로써 증폭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독특한 소리를 들려준다. 한 마디로 매우 깨끗하고 정교한 솔리드 앰프의 특성과 불쾌감이 적은 진공관의 특색을 같이 가졌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솔리드 앰프의 강력함도 없고 진공관의 매혹적인 음색도 없는 독특함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98,000엔의 가격에 접하기 힘든 투명함과 섬세함은 적절한 스피커를 찾았을 때 광채를 발하는 뛰어난 제품이었다. 하지만 토글 스위치와 새시 밖에 무성의하게 박힌 우둘투둘한 나사들은 70년대 어디서 튀어나온 기계 부품 같은 느낌이었다. 좋아할 사람은 좋아할 수도… 내 경우에는 이거 좀 심한 거 아닌가 싶었던…

연말에 잘 아는 앰프 제작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바쿤의 신형 SATRI 회로를 적용한 제품이 한국에서 출시된다는 것이다. 한 번 들어보라며 리뷰도 같이 의뢰했다. 1년도 넘게 제품 리뷰를 중단했기 때문에 걱정부터 앞섰지만 꽤나 인상 깊었던 바쿤이었기 때문에 덥석 물고 말았다. 이번에 출시된 AMP-31은 SATRI 모듈을 들여와서 일본과의 협의 하에 한국에서 개발하고 해외로도 판매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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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 15W (8 ohms/ 1kHz)
주파수 응답 : 10Hz – 1MHz ( 10dB)
게인 : 20dB (최대)
입력 : SATRI-Link * 2 (BNC)/ 싱글엔디드*2
크기 : 270mm(W)X75mm(H)X340mm(D)
무게 : 15kg
리모콘 : 입력 선택 및 볼륨 조정
제품 문의 : 주식회사 바쿤 (070-8677-5513/ www.bakoonproducts.com)

위의 7511 리뷰 링크를 건너 뛰셨다면 바쿤 제품이 어땠는지 모르실 것이다. 긴 말보다 아래 사진 한 장으로 설명은 끝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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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만 보면 두 제품간의 세월의 격차는 최소 30년 이상은 되어 보인다. 50년대의 군용 라디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출시한 21세기의 신제품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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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는 어설픔 없이 매우 고급스럽게 마감되어 있고 후면의 단자들도 모두 고급품으로 바뀌었다. 가장 두드러진 개선 중 하나인 리모콘은 아무거나 하나 끼어만 줬어도 감사할 판인데 본체와 동일한 마감과 품질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또한 본체의 버튼과 리모콘 버튼의 조작감도 완벽하게 일치한다. 버튼을 클릭할 때의 답력은 가볍지만 상쾌하다.
외관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의 하나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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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바탕에 빛나는 오렌지 LED의 은은한 조명. BMW의 전통적인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의 유명한 오렌지 조명을 연상 시킨다면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다.

중앙의 오렌지색 볼륨 놉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들지만 시간의 틈을 메워 준다는 의미로 받아 들이면 그다지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 볼 때 거의 모든 것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성능도 그만큼 향상되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제품을 처음 만난 곳은 Rockport Technologies 스피커의 수입처 사무실. 개발자에 따르면 국내 제작자가 꼭 두 제품을 매칭해서 들어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감도 88dB에 평균 4옴 임피던스를 가지는 3웨이 스피커에 15와트 앰프라고 하면 일단 의아함이 앞서지만 열악한 사무실 환경에도 불구하고 꽤 설득력 있는 소리를 들려 주었다.

수입처의 사무실에서는 Halcro의 유니버셜 플레이어 EC800과 VTL의 TL-6.5 Signature 프리 앰프 그리고 Halcro의 MC 50 5채널 앰프 중 2채널을 사용하여 바쿤 AMP-31을 테스트했다. 넓은 면적이 아니어서 1kHz 톤을 72dB 기준으로 두 시스템의 레벨을 맞추었다. 가격으로 보면 전혀 걸맞지 않는 두 시스템의 비교였는데 따지고 보면 하이엔드 고출력 앰프는 더 넓은 공간에서 어쩌다 한 방을 위해 존재하는 장타자라는 결론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투명함과 미세한 다이내믹스의 표현에서 두 시스템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음색은 바쿤이 조금 더 유연했다. 시간이 없어서 VTL의 프리를 충분히 예열해 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확실한 차이는 레드 제플린을 들을 때 드럼의 타격, 리키 리 존스를 들을 때 어쿠스틱 베이스의 탄력 그리고 편성이 커졌을 때의 정교함에서 드러났는데 역시 바쿤이 밀렸다. 다만 대편성 곡이었어도 SACD로 발매된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4악장(귄터 발트/ 베를린 필/ BMG) 재생에서 공간의 입체감은 바쿤이 조금 더 정교하게 표현했는데 베이스 영역에 살이 조금 빠져있기 때문 같았다. 편성이 작고 커다란 다이내믹스의 변화가 없는 “사랑이 지나가면(정훈희/옛사랑)”과 같은 곡에서 바쿤은 보컬의 뉘앙스를 멋지게 표현했다. 아마도 바쿤의 소출력 앰프(바쿤에서는 대출력 앰프도 생산한다)를 가장 적절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공간이 더 넓고 음량을 그에 맞게 키운다면 결과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크지 않은 음량이고 제한된 장르의 음악만 듣는다면 부드럽고 달콤한 음색의 Mira와 바쿤의 조합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도 Mira의 10인치 우퍼를 그냥 분위기 용으로만 사용하기에는 아까웠다. 사무실에서의 시청은 이 조그만 15와트짜리 앰프의 당돌함(?)을 느끼기에 충분했지만 효율적인 조합은 아니었다.

집에서의 시청은 대략 2주 정도였는데 집중적으로 시청한 하루를 제외하고는 그냥 편하게 여러 종류의 음악과 TV 드라마 시청에 주로 사용하였다. 트라이앵글의 헬리아드를 중심으로 마란츠의 PM-11 S1과 비교하였다. 좀 더 상급의 스피커를 사용해 보고 싶었는데 섭외가 힘들어서 포기했다. 대중적인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의 사정상 일반적인 사용은 밤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데 야간 시청에서 15와트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집중 시청하기 전에 며칠에 한 번씩 앰프를 교체하였는데 바쿤 쪽이 더 입체적이고 정교한 이미징을 표현해준다고 느껴졌다. 마란츠는 중역대가 어딘가 가려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베이스 부분이 더 부풀어 올랐다. 그래서 집중 시청하는 날 다음과 같은 테스트를 했다.

두 제품을 레벨 매칭한 후에 10단계의 테스트 톤 레벨을 두 번씩 측정하였다. 매우 정교한 측정은 아니므로 참고하기만 바란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단위:dB)

 

30Hz

60Hz

100Hz

230Hz

460Hz

930Hz

1.8kHz

3.5kHz

7kHz

15khz

AMP31

61

62

60

69

60

62

60

60

56

56

PM11

62

62

61

71

59

62

61

61

57

56


높은 고역대와 초고역대가 급격히 감소한 이유는 삼각대를 분실하여 레벨미터의 높이가 낮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측정은 특정한 스피커에 대해서 특정 앰프가 어떻게 반응했냐이지 그 앰프 고유의 특성이 어떻다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사양의 앰프들은 위와 같은 측정에서 차이가 없다.
그러나 낮은 임피던스에 대한 대응이 좋지 않은 앰프들은 대체로 미드 베이스 이하의 영역에서 음압의 차이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스피커들이 이 영역에서 어려운 부하를 걸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위의 결과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은 230Hz 영역인데 2번의 측정에서 계속 두 제품 간의 음압 차이가 2dB 이상 나왔다. 마란츠를 통해 들었을 때 중역대 어딘가가 가려진 듯한 느낌은. 상대적으로 낮은 중역대 언저리가 더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바쿤은 이 부분에서 살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란츠가 원래 엉덩이 부분이 뚱뚱한 소리를 내주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헬리아드의 낮은 중역대가 유난히 부풀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풍요로운 소리를 의도한 제품인데 마란츠는 낮은 임피던스에 대한 대응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그 의도를 충실히 따른 것이고 바쿤은 대응력이 낮아서 스피커가 의도한 소리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마란츠의 경우 어지간한 스피커에서는 늘 무난하고 안정적인 소리를 들려주지만 바쿤의 경우는 매칭에 꽤 신경을 써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앰프 출력이 낮다고 소형 모니터와 연결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베이스도 싹둑 잘린데다가 감도도 낮고 쉽지 않은 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Mira의 경우 높은 감도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적당한 음량으로 들었고 또 10인치 우퍼에서 베이스가 적당히 터져 주었으므로 가혹한 음반만 아니라면 상당히 듣기 좋은 소리가 나왔다. 헬리아드에서도 스피커 자체가 감도가 높고 중저역이 부풀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의 살을 빼준 바쿤 쪽이 더 정교하고 깨끗한 중역들 들려 주었다. 리뷰 기간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은 제품은 B&W의 683이다. 직접 연결해 보지 않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683 정도면 적당한 가격으로 바쿤의 장점을 잘 살려내고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짝이 될 것이다.
집중 시청에서 느낀 점은 사무실 시청 때 그리고 편하게 2주 사용하던 기간의 그것과 동일했다. 7511이나 AMP-31이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깨끗한 배경과 투명한 음장 그리고 입체적인 이미징이다. 단점은 역시 적은 출력으로 인해 2% 부족한 베이스의 임팩트와 대편성 음악을 시원하게 듣기에 알맞지는 않다는 것이다.

바쿤의 신작 AMP-31은 강력한 앰프는 아니지만 여전히 투명하고 정교하면서 조용하고 적막한 배경을 만들어 주며 솔리드 스테이트 특유의 불쾌감이 없다. 수년 전 출시되었던 7511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워졌으며 리모콘의 채용으로 사용자 편의성이 극적으로 향상되었고 출력도 약간 보강되어서 스피커 선택의 폭도 조금은 넓어졌다. 소편성에서 보컬이나 악기의 미세한 뉘앙스 변화를 즐기는 분이라면 반드시 들어볼 필요가 있는 제품이다. 다만 가격이 꽤 오르는 바람에 가격대 출력비가 대폭 낮아져서 조금은 고민스럽게 만든다. 다행히 작은 크기 때문에 들고 돌아 다녀도 크게 불편하지 않으므로 스피커 사냥에 나서기는 쉬운 편이다.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돈이 가장 많이 집중되는 곳은 베이스 영역이다. 이 부분만 양보하면 수많은 선택이 가능하고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베이스를 제외하면 초 하이엔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바쿤의 AMP-31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제한된 자원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애호가라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들어보기를 권한다.


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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